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임성근 해병 소장이 지휘하는 해병 1사단이 비축해왔던 구명조끼는 3400여벌이다. 당시 집중호우와 관련한 대민지원에 투입된 해병 병력(1500여명)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해병 1사단 전 병력에게 한 벌씩 돌아갈 규모의 물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채 상병 등 수색 작업 참가자들은 모두 입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그러나 해병대가 실종자 수색이 아니라 호우 피해 복구에 초점을 맞춰 병력과 물자를 투입하면서 구명조끼는 충분히 지급되지 못했다.
반면 채 상병이 실종되기 전날인 17일 새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육군 특전사 요원들이 발목까지 오는 수위의 물이 찬 상황에서도 전원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해병 전역자를 중심으로 해병의 보급품이 부족하다거나 간부 중심 부대인 특전사 대비 처우가 좋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해병 1사단의 비축분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해병대는 집중호우 관련 대민지원에 나선 해병대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게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병 수뇌부가 보여주기식 대민지원에 나서면서 장병 안전을 충분히 챙기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 대령이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되는 등 진상 규명 과정에서도 진통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결재한 뒤 이 장관이 하루 만에 이첩 보류를 지시한 과정에서 국방부 측이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은 혐의자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반면 국방부는 박 대령이 근거 없는 진술과 항명을 일으켰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