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역의 ‘최상위 포식자’는 뉴트리아다. 쥐와 비슷하게 생긴 뉴트리아는 길이가 70cm(꼬리 포함 1m)나 돼 ‘괴물쥐’로 불린다. 몸무게는 7kg 이상 나간다. 뉴트리아를 처음 접하면 수달로 착각하기 쉬운데 두 동물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수달은 몸이 유선형이며 길고 날렵하다. 몸의 털은 윤이 난다. 네 발엔 모두 발톱까지 이어진 물갈퀴가 있다. 꼬리도 두껍고 길다. 뉴트리아는 얼굴이 쥐처럼 생겼고 뒷발에만 물갈퀴가 있다. 다갈색 또는 흰색인 털의 질감은 거칠다. 꼬리엔 긴 털이 드문드문 나 있는데 쥐꼬리와 똑같다. 한마디로 수달은 족제비, 뉴트리아는 쥐 같은 모습이다.
 
  원산지가 남미인 뉴트리아는 1985년 모피·식육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한때 낙동강 중·하류 유역 100여 농가에서 뉴트리아 암수 한 쌍을 60만원에 분양받아 키웠지만, 상품성은 낮았다. 국내엔 쥐처럼 생긴 뉴트리아의 모피나 고기를 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육 농가들이 사육장을 방치했고, 뉴트리아들은 탈출을 감행했다.
 
  야생으로 나온 뉴트리아는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70cm나 되는 괴물쥐의 맞수는 낙동강 유역에 없었다. 뉴트리아는 사람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길이의 주황색 앞니를 이용해 동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는다. 수생식물, 민물고기, 청둥오리 등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1/3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한다. 실컷 포식한 뒤 1년에 서너 차례 번식하면서 새끼를 수십 마리나 낳는다. 천적이 없기에 새끼들은 별 위험 없이 자라고 6개월만 지나면 성체가 돼 인근 하천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먹성과 번식력 때문에 뉴트리아가 있는 하천은 쑥대밭이 된다. 농작물을 뜯어먹을 뿐 아니라 하천 둑에 구멍을 뚫어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낙동강 최상위 포식자의 ‘천적’
 
  2009년 6월, 환경부는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일반인들이 포획할 수 있도록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포상금 같은 반대급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뉴트리아는 더 빠르게 번식하면서 낙동강 유역 전답을 덮쳤다. 인가에 출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뉴트리아 확산에 대한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때쯤 뉴트리아의 천적이 나타났다. 경남 김해시 화목동에 사는 전홍용(53)씨다. 전씨는 2010년부터 부산시와 김해시 일대 낙동강 지류 습지를 누비며 뉴트리아를 소탕했다. 각목이나 골프채로 때려죽이고, 덫을 놓기도 했다. 하루 뉴트리아 20~30마리가 그의 손에 죽기도 했다. 그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우리 동네 뉴트리아를 퇴치해 달라”는 동네 이장들의 부탁이 그에게 쇄도했다. 환경 당국도 ‘뉴트리아 소탕’을 부탁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 3월 ‘뉴트리아퇴치반’을 조직하면서 그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연구원→유통업자→농부→괴물쥐 사냥꾼
 

뉴트리아는 쥐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는 보통 쥐의 10배쯤 된다. 다 자란 뉴트리아의 몸 길이는 70cm(꼬리 포함 1m), 몸무게는 7~15kg다.

  경남 김해시 화목동의 뉴트리아퇴치반 사무실을 찾았다. 빨간 모자를 쓰고, 위아래로 각기 다른 색의 작업복을 입은 전홍용씨가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까무잡잡한 피부, 깡마른 체구, 순박해 보이는 얼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등 전씨는 영락없는 ‘촌사람’이다. 괴물쥐를 숱하게 때려잡은 ‘강인함’이나 사냥꾼다운 ‘매서운 눈빛’은 없었다.
 
  — 오늘은 뉴트리아 안 잡습니까.
 
  “어제부터 비가 내려서 못 나가요. 비가 오면 이놈들이 활동을 안 하니까 찾기 어려워요. 하천 수위가 올라가 위험하기도 하고요.”
 
  — 주로 언제 포획 작업을 합니까.
 
  “뉴트리아는 야행성 동물이에요. 낮엔 햇볕 쬐러 나와 있는 놈들이 가끔 있지만, 거의 활동을 안 해요.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설치해 놓은 덫을 살피고 오후에 다시 한 번 둘러봐요.”
 
  — 원래부터 덫을 썼습니까.
 
  “처음엔 덫도 놓고, 몽둥이나 골프채로 그냥 보는 족족 때려잡았죠.”
 
  — 보통 사냥이라면 총을 쓰는데 왜 때려죽였습니까.
 
  “애초에 총 쓸 생각은 안 했어요. 그거 하려면 파출소 왔다갔다해야 하니까요. 김해는 문화재보호지구라 총포사용 금지구역입니다. 뉴트리아 잡을 때는 몽둥이를 쓰는 게 가장 간단해요. 뉴트리아는 눈이 어두우니까.”
 
  — 지금은 몽둥이를 안 씁니까.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 학대’라고 뭐라고들 하니까 때려죽이는 건 안 해요.”
 
  전홍용씨가 뉴트리아를 처음 접한 건 2009년이다. 당시 전씨는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근처 남의 밭 1000평을 빌려 배추를 심었다. 수확기가 다가올 때쯤 배춧값이 고공행진을 했다. 포기당 가격이 3000~4000원에 달했다. 전씨는 큰 수익을 기대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뉴트리아 때문이었다.
 
  “7년 전에 큰 피해를 봤어요. 뉴트리아 때문에 농사를 망쳤어요. 밤마다 들어와서 노란 속만 갉아먹어 버리니까 온전한 배추가 없는 거라. 그때 한 1000만원 손해 봤나? 뉴트리아는 원래 초식 동물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잡식성으로 변했어요. 참새피, 줄, 부들 같은 수생식물의 새순을 제일 좋아하지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먹어치워 버리고.”
 
  — 뉴트리아가 2만 포기를 해치우려면 상당히 오랫동안 들락거렸을 텐데, 그전에 왜 그걸 몰랐습니까.
 
  “밤에 와서 그러니까 어찌 알겠어요? 이게 또 겉만 보면 배추가 멀쩡한데, 언젠가 배추를 까 보니까 속이 없는 거라. 처음엔 ‘뭐가 이리 해 놓았나?’ 했지. ‘이거 이상하다’ 생각해서 무인카메라를 달고 보니까 뭔 너구리 같은 게 들어와서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 거라.”
 
  — 그전에 뉴트리아란 동물에 대해 알았습니까.
 
  “전혀요.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서 많이 놀랐죠.”
 
  — 언제부터 때려죽였습니까.
 
  “배추밭에 들어오는 놈들을 그냥 막 때려죽여 버렸지. 뭔지도 모르고 잡아서 묻고, 버리고 했어요.”
 
  — 정체를 알게 된 건 언제입니까.
 
  “잡고 보니 너구리도 아니고 쥐처럼 생겼는데 이게 뭔가 싶어 인터넷을 뒤졌어요. 아르헨티나 이런 곳에서는 지금도 사육하니까 자료가 많이 있더라고요.”
 
  전씨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 마을에서도 뉴트리아 피해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 뉴트리아를 잡기로 결심했다. 그는 ‘적’을 알기 위해 뉴트리아의 생태 특성을 조사했다. 6개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영문 자료들을 찾아 번역하면서 공부했다.
 
  — 영문 자료를 직접 번역했습니까.
 
  “직접 했죠. 반년 정도 하니까 생태 특성을 뻔히 알게 되더라고요.”
 
  — 농사만 짓던 사람이 영문 자료를 번역하고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한데요.
 
  “부산의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했어요. 졸업 후엔 종묘 회사 연구원으로 일했으니까 공부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 고향이 부산입니까.
 
  “충북 영동이에요.”
 
  — 충청도 사람이 왜 경상도 사투리를 씁니까.
 
  “영동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부산의 대학에 온 이후엔 쭉 35년을 이쪽에서 살았으니까 그렇죠.”
 
  — 종묘회사 연구원이 왜 농사꾼이 됐습니까.
 
  “아이고, 그런 걸 뭐하러….”
 
  — 김해엔 언제부터 살았습니까.
 
  “35살 때 회사 그만두고 김해에 와서 유통업체를 10년 정도 운영했는데 실패했어요. 그 뒤부터 농사짓고 있습니다.”
 
 
  뉴트리아 수컷 생식기 길이는 15cm·암컷은 등에 젖꼭지 8개 있어
 

전홍용씨가 김해시 해반천을 보면서 뉴트리아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습지대에 서식하면서 수생식물의 새순, 어류와 조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뉴트리아 실물을 보기 위해 전홍용씨와 사무실 인근 사육장에 갔다. 그곳엔 뉴트리아 9~10마리가 2~3마리씩 모여 웅크리고 있었다. 거대한 쥐였지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인지 많이 혐오스럽진 않았다.
 
  — 뉴트리아를 왜 여기 가둬 둔 겁니까.
 
  “예전엔 의과대학에 연구용으로 많이 보냈고요. 지금은 ‘뉴트리아연구소’에 유전자 검사 하라고 보낼 것들을 여기 놔두는 거예요. 이 지방에서 잡히는 거하고 다른 지방에서 잡히는 게 유전적으로 같은지 검사하라고 보내는 거죠. 여기에 암컷들을 잡아 놓으면 수컷들이 냄새를 맡고 오니까 그걸 잡기도 하고요.”
 
  — 뉴트리아는 번식기가 따로 없죠?
 
  “1년에 3~4번 번식하니까, 사시사철 새끼를 까질러요.”
 
  — 한 번에 새끼를 몇 마리나 낳습니까.
 
  “보통 10마리쯤 되니까 1년이면 뉴트리아 한 마리가 30~40마리를 낳는 거죠. 뉴트리아 새끼는 태어난 직후 몸길이가 17~18cm 정도 되니까 생긴 게 쥐하고 똑같아요. 태어난 지 3일 만에 먹이 활동 하고 잠수도 해요. 뱃속에서 다 커서 나오는 거죠.”
 
  — 한 번에 많이 낳으니까 젖꼭지도 많겠네요.
 
  “뉴트리아 젖꼭지는 등쪽 양옆으로 4개씩 붙어 있어요.”
 
  — 성체가 되는 기간은요.
 
  “6개월밖에 안 걸려요. 뉴트리아 새끼가 독립할 시기가 되면, 수컷이 새끼들을 내쫓아요. 타지역으로 내쫓긴 놈들이 또 영역을 확장해서 번식하고, 그놈 새끼들이 또 다른 곳으로 가니까 급속도로 퍼지는 거예요.”
 
  — 다 자랐을 때 크기가 어떻게 됩니까.
 
  “몸길이는 60~70cm, 꼬리까지 합하면 1m 정도 돼요. 보통 7kg인데, 15kg까지 나가는 것도 봤어요.”
 
  — 털은 주로 무슨 색입니까.
 
  “흰색, 회색, 갈색, 뭐 다양해요.”
 
  — 몇 년이나 사나요.
 
  “자연 상태에서 10~12년?”
 
  — 뉴트리아는 굴에서 지냅니까.
 
  “겨울에만 굴에서 지내요.”
 
  뉴트리아 사육장에서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창고를 지나칠 때 전씨는 뉴트리아 실물을 보여주겠다며 옆에 있던 냉동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엔 꽁꽁 언 10구 이상의 뉴트리아 사체가 있었다. 그중 1구를 꺼내 들어올려 봤다. 성인 남성이 버거워할 정도로 무겁진 않았지만, 살아서 발버둥을 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며칠만 돌면 뉴트리아 사체로 1톤 트럭 가득 채워
 

전홍용씨는 몽둥이(좌)와 덫(우)으로 뉴트리아를 포획한다. 현재 전씨가 부산시와 김해시 일대에 설치한 뉴트리아 포획 덫은 150개다.

  전씨가 뉴트리아를 공부할 쯤인 2010년 부산시와 김해시가 뉴트리아 1마리당 3만원을 주는 포상금제를 시행했다. 전씨는 ‘뉴트리아 사냥꾼’으로 변신했다. 당시 그가 낙동강 하류 일대를 며칠 돌면 1톤 트럭이 뉴트리아 사체로 가득 찼다. 지자체 측에선 전씨를 의심했다. 전씨에 따르면 뉴트리아 사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해시 공무원들이 그의 집을 수색하기도 했다.
 
  — 본격적으로 뉴트리아 포획에 나선 건 2010년입니까.
 
  “지자체에서 뉴트리아 포상금을 걸었으니까요. 당시엔 나뿐 아니라 하천 주위에 논밭이 있는 사람 중 피해를 안 본 사람이 없었어요.”
 
  — 괴물쥐가 무섭진 않던가요.
 
  “뉴트리아가 위험한 동물은 아니에요. 사람이 옆에 가면 생존 본능에 따라 공격성을 드러내는 거지, 원래 온순한 동물이에요.”
 
  — 큰 쥐를 잡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한데, 혹시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자주 잡았습니까.
 
  “산토끼 많이 잡았죠. 중·고등학교 때 토끼 잡으러 산에 종종 갔어요. 그걸 잡아다 동네 사람들한테 마리당 5000원에 팔았는데, 겨울에는 하루에 3만~4만원어치는 잡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엄마한테 다 뺏겼지만….”
 
  — 뉴트리아가 공격하진 않습니까.
 
  “이제껏 나한테 대든 뉴트리아는 딱 한 마리뿐이었는데, 바로 때려잡아 버렸지.”
 
  — 쥐하고 비슷하니 온갖 세균이 득실거릴 것 같은데, 병 걸린 적 없습니까.
 
  “지금까지 뉴트리아가 사람에게 질병을 옮긴 사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 뉴트리아 포획이 그렇게 위험한 작업은 아니네요.
 
  “모기나 진드기 때문에 힘들지, 뉴트리아 때문에 위험한 적은 없었어요. 하천에서 작업하니까 모기 습격을 자주 받고, 야생 진드기에 물려서 파상풍 주사를 맞은 적도 있어요. 사람 키 서너 배 되는 갈대를 헤집고 다녀야 하고 습지에 들어가야 하니까 풀독도 자주 오르고.”
 
  — 물속에 들어가서 잡습니까.
 
  “뉴트리아는 수생식물이 많이 있는 습지대에 사니까 장화 신고 들어가야죠.”
 
 
  김해시에서 ‘뉴트리아 사육 여부’ 조사 나오기도
 
  — 습지대를 돌아다니면서 무조건 때려잡습니까.
 
  “뉴트리아가 좋아하는 먹이가 뭔지, 은신처 입지 조건이 뭔지 아니까 하천을 보면 어디쯤 있겠다는 감이 옵니다. 수생식물을 개판쳐 놓은 흔적이 있는 곳에 덫을 놓고, 낮에 나가서는 숨어 있는 놈들을 때려잡았죠.”
 
  — 어떤 덫을 씁니까.
 
  “창애라는 발목 덫을 썼어요. 미끼를 물면 발목을 덮치는 건데, 이게 뉴트리아뿐 아니라 삵이나 너구리 같은 다른 야생동물이 부상을 당하니까 안 되겠더라고.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동물 학대’라고 하니까 부상 위험 없이 잡을 수 있는 게 없나 싶어서 나중엔 쥐덫을 모방해서 뉴트리아 크기에 맞는 덫을 개발했어요. 20개 정도는 직접 만들고, 공업사에 100개를 주문 제작했죠.”
 
  — 덫에 쓰는 미끼는 뭡니까.
 
  “당근, 참외 같은 색깔 있는 채소하고 수생식물의 어린 싹을 써요. 이것저것 실험해 보니까 그게 효과가 제일 좋았어요. 지금 설치해 놓은 덫이 150개쯤 돼요.”
 
  — 지금까지 뉴트리아를 몇 마리나 잡았습니까.
 
  “1만 마리 이상 될 겁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20~30마리씩 잡으니까 김해시에서 뉴트리아를 키우는 거 아니냐고 의심해서 조사까지 했다니까요.”
 
  — 너무 많이 잡아 오니까?
 
  “한 사람이 너무 많이 잡다 보니까 그런 건데, 공무원들이 집까지 수색했어요. 내가 그날 ‘나랑 같이 나가자’고 해서 직접 잡는 걸 보여줬죠. 한나절 동안 8마리 잡으니까 인정해 주더라고요.”
 
  — 한 마리에 3만원이면 최소 3억원을 벌었겠네요.
 
  “그렇게 안 돼요. 2012년 이후 포상 단가가 2만원으로 깎였어요. 예산도 많지 않아요. 2012년 이전에는 연간 예산이 몇백만 원 수준이었어요. 2012년부터 부산시가 3000만원으로 올렸는데 이것도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잡으니까 실제 받은 돈은 한 6000만원 되려나?”
 
  — 2만원으로 계산하면 지금까지 받은 포상금은 3000마리분이네요. 돈도 안 되는데 뭐하러 1만 마리나 잡았습니까.
 
  “예산이 떨어졌어도 동네 이장들한테서 연락이 자꾸 오니까 가서 잡아 줬죠. 밭 망가지고 그런 사람들 보면 안타깝잖아요. 포상금제 없을 때나 예산이 떨어졌을 때는 내 돈을 써서라도 잡아 줘야죠. 나도 당해 봤으니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 거죠.”
 
  — 뉴트리아를 직접 다 죽였습니까.
 
  “보는 족족 죽였죠.”
 
  — 덫으로 잡은 건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몽둥이로 때려죽였는데, 2년 전부터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몽둥이를 쓰지 말라고 하면서 익사시키라고 하니까, 요즘엔 덫에 갇힌 걸 그대로 물에 처넣어 죽여요.”
 
 
  “처음엔 뉴트리아 죽이면서 죄책감 들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다”
 
  — 뉴트리아를 물에 넣으면 얼마나 버팁니까.
 
  “잠수 시간이 길면 10분 정도 되니까 그거 넘어가면 죽는데, 이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한 방에 때려죽여야 고통이 없지.”
 
  — 뉴트리아 입장에선 익사가 더 괴로울 것 같은데요.
 
  “지금 환경청에선 익사도 고통스럽다면서 ‘안락사 약’을 준비하고 있대요.”
 
  — 뉴트리아를 죽일 때 죄책감이 든 적은 없습니까.
 
  “왜 없었겠어요? 살아 있는 걸 죽인다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처음에만 그랬지 지금은 아예 없어요. 학대만 하지 않으면 죄책감은 안 들어요.”
 
  — 뉴트리아가 측은하진 않습니까.
 
  “원래 미운 동물은 아닌데, 우리나라에 와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잡는 거지.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 뉴트리아 사체는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지자체에 갖다 주고, 남는 건 거름 되라고 밭에 파묻었어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소각업체에 보내고요.”
 
  — 종종 먹기도 합니까.
 
  “먹을 게 많은데 그 쥐같이 생긴 걸 왜 먹어요?”
 
  전씨는 한때 인터넷에서 ‘뉴트리아를 먹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는 과거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뉴트리아를 직접 손질해 백숙을 해 먹었다. 뉴트리아를 삶으면서 입맛을 다시고, 고기를 뜯어 먹으면서 “맛있다”고 감탄하는 전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지금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 예전에 뉴트리아 먹는 걸 봤는데요.
 
  “그때 방송국에서 와서 한 번만 먹어 달라고 해서 먹긴 했는데…. 내가 뭔 요리를 할 줄 알아야지. 그냥 파 몇 개 집어넣고 백숙처럼 삶아 먹었는데, 고기에 기름이 적으니까 맛이 없어요. 촬영 끝나고 바로 ‘에이, ×× 맛 없네!’ 했죠.”
 
 
  ‘뉴트리아퇴치반’ 활동 후 독자 포획으로 수입 올려
 

전씨는 뉴트리아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소각업체에 보내 처리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뉴트리아를 소탕하기 위해 2014년 3월부터 전씨를 반장으로 임명해 ‘뉴트리아퇴치반(현원 10명)’을 운영한다. 전씨는 퇴치반장으로 활동하면서 2014년엔 5200여 마리, 2015년엔 1800여 마리의 뉴트리아를 잡았다. 마리당 2만원으로 계산하면 1억400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퇴치반장’ 전씨가 받는 돈은 한 달에 119만원(세후)이다.
 
  — 뉴트리아 덕분에 공무원이 됐네요.
 
  “매년 활동 기간만 계약하는 ‘기간제 계약직’인데 무슨 공무원? 공공근로 하는 사람들도 기간제 계약직인데, 누가 공무원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엔 8개월 근무했는데, 올해는 예산이 적어서 6개월밖에 못해요.”
 
  — 많이 잡으면 많이 받는 구조입니까.
 
  “다 같은 금액을 받아요.”
 
  — 6개월 활동해도 714만원밖에 못 받는데, 그걸로 어떻게 생활합니까.
 
  “퇴치반 활동 끝나면 따로 뉴트리아 잡아서 포상금 타고 그러는 거죠.”
 
  — 독자적으로 잡는 게 훨씬 이득 아닙니까.
 
  “포상금 탈 때가 수입이 더 좋았죠. 올해에도 안 한다고 했는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잡으니까 계속하라고 해서….”
 
  — 퇴치반 급여를 포함한 연소득은 얼마입니까.
 
  “2500만원 정도 될 거예요.”
 
  — 포상금하고 퇴치반 급여를 다 합치면 뉴트리아로만 1억원 이상 벌었네요.
 
  “에이 무슨, 그렇게까진 안 될 건데.”
 
  — 농사와 뉴트리아 사냥 중 어떤 게 더 수입이 많습니까.
 
  “비슷해요. 농사지을 때도 남의 땅에 조금 한 거니까.”
 
  — 후배 양성은 어떻게 합니까.
 
  “뉴트리아 생태, 서식지 특성, 덫 놓는 법, 이런 것들을 가르치죠. 환경청 사람들은 나한테 다 배워 갔죠. 그 사람들은 뉴트리아에 대해 전혀 파악을 못한 상태였죠. 내 얘길 듣고 교육용 책자를 만들었어요. 그걸 토대로 현장실습 포함해서 3일 동안 교육해요.”
 
  — 공짜로 줬습니까.
 
  “그냥 줬죠. 덫도 주고, 다 줬죠.”
 
  — 현재 낙동강 하류 지역에 서식하는 뉴트리아는 몇 마리나 됩니까.
 
  “환경청에서는 1만 마리 정도 된다고 보는데, 나는 2만 마리로 추정합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습지에 아직도 많이 살고 있어요.”
 
  — 지금 잡는 속도라면 곧 퇴치할 수 있겠네요.
 
  “2만 마리 중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이 1만 마리라고 한다면, 그 번식 속도를 따라잡는 게 쉽진 않죠.”
 
  — 완전 퇴치는 어렵다는 얘기입니까.
 
  “해마다 8000마리씩 잡았을 경우 10년이면 퇴치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긴 하는데…. 내 생각엔 이거 20년이 가도 못 잡아요. 퇴치반을 1년 내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