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가며 '별풍선·슈퍼챗' 쏘는 사람들… 내면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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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0. 오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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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서 인정 욕구 채워
자존감을 ‘후원’에 의존… 끊기 어려워
‘괜찮은 사람’ 스스로 인정할 방법 찾아야
사진은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 유료 후원 아이템 ‘별풍선’이다. 이외에도 ‘슈퍼챗’, ‘캐시’, ‘쿠키’ 등이 있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자신이 시청하는 방송 BJ에게 거액을 후원해 돈을 탕진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 명의로 대출을 받아 BJ를 후원하기도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후원은 취미활동이지만, 경제적 여력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 돈에 쪼들리면서도 빚을 져가며 BJ를 후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실에서 받지 못한 인정, “돈으로 사겠어”
BJ에게 과도한 금액을 후원하는 사람은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족분을 다른 곳에서 채우려는 것이다. 바로 BJ와 그의 방송 시청자들이 구성하는 ‘그들만의 사회’에서다. 인터넷 방송을 시청할 때는 BJ와 시청자뿐 아니라 시청자와 시청자 간에도 소통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방송 시청을 ‘사회적 시청’이라 하는 이유다. 큰돈을 후원하면 환호가 터져 나오고, BJ가 특별대우를 해 주니 여기서만큼은 ‘중요한 사람’이 된다. 다른 시청자와의 후원 경쟁에서 이겼단 승리감도 있다. 이곳에선 BJ에게 후원한 돈의 액수에 클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돈을 많이 쓴 팬을 열혈팬이라 하는데, 이들은 채팅창에서 일반 시청자와 닉네임 색이 다르고 방송에 입 퇴장 할 때마다 화면에 알림이 뜬다. 그야말로 돈으로 존재감을 사는 사회다.

이렇게 인정 욕구를 채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신의 소비 여력 이상으로 BJ에게 돈을 쏟아 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큰 액수를 ‘반짝’ 후원해 BJ와 다른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더라도, 기세를 유지하려면 더 큰 액수를 계속 후원해야 한다. 돈이 다 떨어져 유료 후원 아이템(별풍선, 슈퍼챗, 캐시, 쿠키 등) 적게 쐈을 때 반응이 시시하면 괴롭기까지 하다. 빚을 내서라도 큰손으로 남으려는 이유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돈으로 인정을 사는 건 자기 자존감을 바깥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큰돈을 써서 타인에게 ‘멋지다’ ‘대단하다’는 반응을 계속 받아야 정체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돼도 후원을 끊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거나, 자존감이 낮아 외부에서 계속 ‘난 괜찮은 사람’이란 걸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경우 후원의 늪에 빠지기 쉽다.

주변의 과시에 현혹되지 말고 ‘나만의 작은 기쁨’ 찾기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나쁜 욕구라고도 할 수 없다. 좋은 사람이란 인식을 주려 노력하다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해서다. 다만 돈으로 외부에서 존재감을 사오는 대신, 스스로 계속 실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천천히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매일 책을 다섯 장 읽거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몸을 만드는 게 예시가 될 수 있다. 욕심을 부려 ‘하루에 책 한 권 읽기’ 같이 큰 목표를 세우면 실패하기 쉽다. 하루에 다섯 장만 읽어도 한 달이면 한 권이 된다는 생각으로 멀리 봐야 한다. BJ에게 유료 후원 아이템을 지나치게 쏘는 행위도 줄여나가야 한다. 원래라면 하루에 두 번 보냈을 것을 한 번만 보낸다든가, 금액을 차차 줄이는 식이다.

BJ와 다른 시청자에게 인정을 받으려다 보면 삶이 피폐해진다. 그들은 돈 쓰지 않는 사람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곽금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돈 많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다 보니, 소박한 삶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기 쉽다”며 “그 화려함에 현혹되지 말고 작은 성공과 기쁨을 계속 쌓아나가야 자기 삶의 중심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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