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미투 열풍과 맞닿은 학내 성추행 폭로에 학생들은 분노했다. 총학생회는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해 사상 처음으로 교수의 파면 요구를 의결했고, 인문대 학생들이 교수 연구실까지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A교수는 그해 8월에 해임됐다.
그렇게 끝난 것 같았던 미투의 폭풍이 다시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미투 사건 뒤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다. 성추행 피해자를 도와 가해자 A교수에 맞섰던 서문과 B교수의 의문스런 행적이 그 진원지다. 2년 전 미투 당시의 일로 그는 최근 직위해제됐다.
급기야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인 B교수. 미투 피해자 편에 있었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련의 상황은 2년 전 있었던 ‘서문과 미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추행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B교수가 불법에 가담하고 오히려 미투를 이용해 부적절한 행위를 한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인권센터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며 총장에게 B교수의 중징계를 요청했다.
C강사는 A교수의 이메일을 수백 차례 무단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학교 측에 제출할 진술서 등을 빼돌려 B교수와 공유하기도 했다. A교수가 성추행 혐의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지를 미리 파악한 것이다. 이어 B교수는 C강사에게 특정 내용이 담긴 메일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인권센터는 “(B교수가) 일정 시점 이후부터 이메일 무단 열람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단 열람한 메일 내용에 대해 코멘트한 사실이 인정되고 특정 내용에 대한 이메일을 찾아보자고 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인권센터는 대학 내에서 제기된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B교수는 “OOO(성추행 피해자)의 일도 하늘이 내린 우리의 행운!!”이라며 “정말 고맙고 용감한 아이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자의 미투를 계기로 A교수를 몰아낼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후 이메일 무단 열람이 발각되자 B교수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인권센터는 “(B교수는) 학생회가 A교수의 연구실 점거 행위를 실행에 옮기기 이전에 해당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를 제지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혐의에 대해 B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C강사는 본인의 혐의를 묻는 말에 답변하지 않은 채 “(이러한 주장은) 해당 사건 피해자와 저에 대한 2차 가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 뒤 더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가람·함민정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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