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수비+뻔한 선수+리더십 실종..슈틸리케 감독 총체적 위기, 실체는?

김현기 2016.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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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 최종 훈련 때 먼 곳으로 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그를 ‘슛영리케’로 부르는 이들까지 생겼다. 유효슛 하나 없이 무너진 축구대표팀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6일 카타르전에서 3-2 역전승을 챙기며 ‘한숨’ 돌린 그에게 더 강한 펀치가 날아든 하루였다. 12일(한국시간) 끝난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은 슈틸리케 감독과 그가 이끄는 대표팀의 총체적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0-1로 패한 게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태극전사들은 유효슛 없이 90분 내내 무기력했고 벤치는 지략 싸움에서 완패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실언으로 분위기까지 흐렸다. 용병술부터 리더십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스스로 부른 최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포백라인 붕괴…색깔 없는 축구로 ‘직결’

‘슈틸리케호’가 그라운드 안에서 흔들리는 첫 번째 이유론 수비가 꼽힌다. 대표팀은 지난해 총 20경기 중 16경기에서 상대에 실점을 내주지 않고 이겼다. 그러나 월드컵 2차예선 등 약체들과 겨뤄 쌓은 ‘무실점 행진’은 모래성 같았다. 지난 6월 유럽 원정 스페인전에서 6골을 내주며 대패한 슈틸리케호는 최근 아시아 최종예선 4경기에서도 5실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부임 뒤 2년 가까이 팀을 만들어나갈 시간을 확보했으나 긴 플랜 없이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수비라인을 꾸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김진수와 박주호 윤석영(이상 왼쪽 수비수) 차두리(이상 오른쪽 수비수)가 소속팀 출전 문제나 은퇴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생긴 풀백 공백을 중앙수비수 장현수로 수 차례 ‘땜질’ 처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서 뛰는 수준급 전문 풀백을 외면하고 장현수 포지션을 바꾸거나 주포지션이 오른쪽인 오재석을 왼쪽에 놓아 위기를 타개하려고 했으나 제 위치가 아닌 곳에서 좋은 플레이가 나올 리가 없다. 이는 포백 전반과 전체적인 수비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불안한 수비는 슈틸리케호가 색깔 없이 특정 공격수 몇몇에 의해 풀어나가는 축구로 변질한 최대 원인이 됐다. 이란처럼 강한 상대가 홈에서 줄기차게 한국 진영으로 밀고들어오는 경우엔 ‘공격도 안 되고 수비도 안 되는’ 난국으로 직결됐다.

◇경쟁 사라진 대표팀…컨디션부터 ‘엉망’

선수 선발과 용병술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 ‘뽑기 축구’라고 불릴 만큼 탁월한 선수 선발 능력을 보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공격수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만든 대표적인 역작이다. 이재성과 이용재 권창훈도 그의 손을 거쳐 국가대표가 됐다. 한 선수가 잘해도 다른 선수를 곧잘 투입해 경쟁을 유도한 점 역시 ‘의리축구’에 분개했던 팬들 지지로 연결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인력풀이 좁혀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주 K리그 현장을 찾아 겉으론 ‘옥석가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공격라인은 유럽파 위주로, 수비진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고정하면서 대표팀 내 포지션별 주전 다툼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 관전은 쇼”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세윤 남아공 월드컵 비디오 분석관은 “경기장에서 헌신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누구인가를 봐야 한다. 대표팀 명단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회장은 “중국이나 중동 등 아시아 리그 선수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지컬 트레이너 자격증을 갖고 있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피지컬 트레이닝과 컨디셔닝을 담당하고 있으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이는 “아르무아 코치는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 비서이자 ‘말 동무’일 뿐”이라고 했다.

◇리더십 실종+실언으로 비난 자초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도 예전 같지 않다. 그는 지난달 26일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 대표팀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이 중국과의 1차전에서 물병을 걷어찬 것에 대해 “불손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도자도 때로는 전체 팀을 위해서 생각해야 하는 게 있다”고 공개적인 경고를 날렸다. 그러나 그가 외부를 향해 주전급 선수를 대놓고 질책한 것이 효과적이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웨인 루니가 감정을 곧잘 드러내는 것처럼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며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의 숙명을 생각할 때 슈틸리케 감독의 손흥민 비판은 도가 지나쳤다”는 분석도 있다. 잠자코 있던 손흥민은 이란전 뒤 “우리는 (지난 6일)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다른 선수를 언급하시면서까지 선수들의 사기를…. 좀 아쉬운 것 같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라고 반박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엇나간 화법에 대한 축구계 시각도 따갑다. 그는 지난 6월 스페인에 대패한 뒤 “상대는 예술가적 축구를 했고, 한국은 노동자 같은 축구를 했다”며 뜬금 없이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제점을 거론해 빈축을 샀다. 이란 원정을 가기 전엔 “10명이 싸워 카타르를 3-2로 이겼는데 우려와 질책이 있는 것을 보니 이란에 가지 말아야할 것 같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이란전 이후엔 ‘소리아 발언’으로 또 다시 욕을 먹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리아처럼 저돌적이고 적극적으로 잘해보자는 뜻으로 오해였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은 이미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슈틸리케 감독 입에서 또 어떤 실언이 나올지 전전긍긍해야 할 판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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