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이민정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이민정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6개월 간의 여정이 끝났다. 40%에 육박하는 최고 시청률 기록은 물론, ‘가족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는 호평 세례 속에 막을 내린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 중심엔 이민정이 있었다.

지난 13일 종영한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연출 이재상, 극본 양희승·안아름)는 바람 잘 날 없는 송가네의 파란만장한 이혼 스토리로 시작해 사랑과 가족애로 따뜻하게 스며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기존 주말극에서 보던 자극적인 막장 요소를 크게 두지 않고, 빠른 전개 속에 무겁지 않게 현실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웃음과 공감을 균형감 있게 선사하며 안방극장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각 캐릭터들의 사연이 담겼지만, 그 중에서도 이민정이 그린 송나희 캐릭터는 이혼부터 재결합까지의 과정을 다뤄내며 작품의 큰 줄기를 차지했다. 특히나 계약직 사원,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등 생계형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왔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이민정은 소아전문 병원 내과의로 주체적인 여성상을 안정적으로 그려내며 신선함을 안겼다. 완벽한 '티키타카‘를 보여준 이상엽(윤규진 역)과의 케미는 덤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민정이 첫 도전하는 KBS 주말극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2~3개월 방영되는 미니시리즈들과는 달리, KBS 주말극은 기본 6개월 방영되는 차이점을 지닌다. 이에 이민정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대신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다시 세트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유독 작품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송나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송나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떠나보내는 소감이 어떤가.
“올해 초부터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 보니 완급 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 재밌기도 했다. 오랜 시간 (촬영을) 해서 그런지 작품이 끝난 것 같지 않고 다시 세트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첫 KBS 주말극을 소화한 소감이 어떤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는데, 날씨(태풍) 때문에 힘들었다. 태풍도 심하고 비가 많이 와서 차에서 비 그치기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스케줄도 많이 바뀌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다. 그래도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방송 펑크 없이 마무리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장편과 인물이 많은 드라마는 처음이다. 예전 드라마(미니시리즈)를 찍었을 때는 트리오, 관현악 4중주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치고 나와야 할 때, 쉬어야 할 때가 확실했다. 그 완급조절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송나희 역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가.
“감독님은 나희의 초반 캐릭터 느낌을 주변에 직설적이고 막 나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작가님은 나희는 사고뭉치 자식들로 마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해 이혼을 할 때 혼자 끙끙 앓을 정도로 둘째딸이지만 첫째 같은 중압감을 갖고 있는 자식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두 분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잡아 나갔던 것 같다.”

기존 캐릭터들과 결이 다른 연기를 선보인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존 캐릭터들과 결이 다른 연기를 선보인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민정의 마음을 사로잡은 송나희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존심이 세고, 완벽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똑똑하게 굴지만 여우는 아닌 친구더라! 실제로는 안 어울리게 어색하게 애교를 하기도 하고, 다짜고짜 밀어붙여 사람 도망가게 만드는 어설픈 모습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 전문직 캐릭터에도 첫 도전했다. 캐릭터가 지닌 직업 특성 때문에 차별화를 두고 연기했던 부분이 있나.
“제가 소아과 의사를 볼 기회가 많지 않나.(이민정은 2015년 아들을 출산한 바 있다.) 직접 자문을 구했다. 진료할 때 자세나 어떻게 환아와 보호자랑 대화하는 지, 의학용어도 여쭤봤다. 의상은 크게 가리진 않는데 청바지는 조금 지양한다 하셔서 참고했다. 의학 전문 드라마가 아니라서 연기적으로 특별히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 극중 송나희-윤규진 커플은 이혼부터 재혼까지의 과정이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부부일 때와 연인일 때 차별점을 두고 연기한 부분이 있나.
“연인일 때 회상장면이 있다. 감독님이 나희만의 어설프지만 애교를 보여 달라 하셨다. 풋풋한 새내기의 어설픈 연애 느낌을 원하셨던 것 같다. 혼자서 고민하다 윙크를 했는데 진짜 어설픈 윙크가 나왔다. 부부일 때는 서로의 다른 점들로 인해 부딪히면서 지치고 피곤한 모습, 대화의 단절이 주는 냉랭함과 예민함을 좀 더 부각시켰다.”

- 이상엽과의 호흡은 어땠나.
“극 초반부터 싸우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배우들에게) 모든 연기가 어렵겠지만, 싸우는 연기는 감정이 올라가고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에 합을 많이 맞춰봐야 더 편하게 나온다. 그런데 감정이 쌓이는 과정 없이 처음부터 싸우는 클라이맥스부터 시작해 어려웠지만 지나보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려운 연기로 첫 스타트를 끊어서인지 그 이후 연기 호흡이 한결 쉽게 다가왔다. 이상엽 씨가 평상시나 연기할 때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로맨스 연기할 때 둘의 합이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이) ‘나규커플’이라는 애칭도 붙여 주고, 두 사람 얼굴이 많이 닮아서 함께 나오는 모습이 기분 좋고  편안하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기분이 좋았다.”

이민정(송나희)이 임신 사실을 알리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 /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방송화면
이민정(송나희)이 임신 사실을 알리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 /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방송화면

- 임신 사실을 알고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임신과 출산을 실제 경험한 게 연기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
“자기가 경험해 본 것과 상상으로 하는 연기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대본에는 ‘환하게 웃는다’라는 지문이었는데 과연 그냥 환하게만 웃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컥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작가님도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다 지문으로 쓰기엔 힘들어 배우에게 맡겨주신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서 연기했던 나희와 규진이 유산으로 겪었던 큰 아픔이 내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순간 너무 벅찬 감정이 올라와 그런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두 장면을 좋아한다.”

- 오대환(송준선 역), 오윤아(송가희 역), 이초희(송다희 역)와의 남매 케미는 어땠나.
“오윤아 언니는 원래 친분이 있어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다희가 나희에게 주눅드는 캐릭터로 나오는 장면들을 사람들이 재밌어 하더라. 저는 실제 언니가 없지만, 주변 언니들이 동생들을 많이 (군기) 잡는 경우들을 봤다. 수학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실제로 다희가 엄청 긴장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다희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 있다. 이불을 덮고 있어서 조금 세게 때렸는데 제 손이 매워 그새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많이 미안했다. 오대환 오빠와는 현실적인 장면에서 케미가 잘 살았던 것 같다.”

- ‘이민정의 연기력을 새삼 느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았다. 전작들과 달리 마음가짐이나 준비를 한 부분이 있나. 
“아무래도 미니시리즈는 멜로나 사건 위주가 많아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반면 이번 작품은 일상에서 접할 법한 가족 간의 갈등이나 문제 해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접근하기 쉬웠다. 또 예전엔 대본에만 충실해야 된다 생각했고, 작가님이 써주신대로만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애드리브를 넣으면서 이렇게 하면 캐릭터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전작보다 중간중간 의견도 많이 내고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커졌던 것 같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KBS 주말극에 첫 도전한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KBS 주말극에 첫 도전한 이민정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 남편 이병헌을 비롯해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본 가족들의 반응이 어땠나.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잘 봐줬다. 좋았던 장면은 물론,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공감하며 봤던 것 같다. 멜로 위주의 드라마가 아니어서 (이상엽과의) 애정신에 특별한 건 없었는데, 아들이 ‘큰일났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빠는 괜찮은데, 아들이 ‘아빠 화내겠다’며 아빠의 눈치를 봤다고 하더라. 또 6살 된 아들이 ‘다재커플’(송다희-윤재석)을 보며 ‘사돈이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거야?’라고 물어보더라. 하하.

다양한 세대들이 좋아했지만 아주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인스타그램으로 사진도 보내고, 쪽지도 많이 보내줬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 드라마라 그런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까지 되게 좋아해 준 게 느껴졌다. 아는 친한 부부의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한 번 다녀왔습니다’ 극성팬이라고 1회부터 정주행한다며 사진을 찍어보내주기도 했다.”

-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 수 자체가 많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대신 여성 영화가 잘되면 그만큼 임팩트가 크다는 것도 안다. 늘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 마지막으로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데뷔해 어느 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추후 배우로서 계획과 목표가 어떻게 되나. 
“2020년 남은 계획이라면 내 몸에 투자하는 거다. 체력이 거의 고갈된 느낌이 있어 요가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은 물론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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