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보조금 정책에도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 증가세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가격 낮고 성능 비슷한 수준보조금 기준 강화 목소리, 국산 상용차 수소로 눈돌려
  • ▲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모습 ⓒ현대자동차
    ▲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모습 ⓒ현대자동차
    값싼 중국산 브랜드가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27일 국토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 1514대 중 675대(44.6%)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9년 23.9%에서 2022년 41.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전기버스 판매 상위 5개 차종 중 3종은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현대차 일렉시티가 같은 기간 531대로 가장 많이 판매한 가운데, 중국 하이거 하이퍼스와 BYD의 eBus-12 등 중국산 모델이 순위권을 차지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 지급에 차등을 두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내 전기버스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겠다는 취지지만, 판매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하이거 하이퍼스 1612 모델은 3893만원, BYD eBus-12는 4990만원 등 보조금을 받아 지난해보다 많게는 50%가량 줄었다. 하지만 보조금 차등에도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은 계속되고는 상황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효율도 향상되고 있어 보조금 책정 방식이 판매량 변화에 무의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안전성과 성능에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것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조악한 품질 문제와 잦은 애프터서비스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개선 모델을 국내에서 출시하면서 이와 같은 불만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모델 개선을 통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 제원상으로도 리튬이온 배터리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 일렉시티는 29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주행거리 420km, 240kw(326마력)을 낸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하이퍼스 1612는 350kWh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주행거리는 314km, 최고출력은 380kW(517마력)을 확보했다.

    중국산 버스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값싼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확보한 가격이다. 국산은 가격이 3억원대인 반면, 중국산은 수입 단가 기준 가격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안팎 수준으로 1억원 넘게 저렴하다. 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모두 수령하더라도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구조다.

    중국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B2B 기반 상용차 영역에서 저변을 넓히는 모습이다. 국산 1톤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 BYD의 T4K가 올해 4월 국내 론칭했고, 7월엔 지리자동차의 쎄아가 진출했다. 중국 전기 화물차 판매대수는 10월까지 2300대에 달하며, 8월부터 5대 중 1대꼴로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산 전기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 저가 전기차가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제기되자 자국산 부품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는 조건을 걸거나,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는 추세”라며 “미국 IRA에 준하는 정책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산 브랜드는 중국산 전기버스와 직접 경쟁보다는 수소 상용차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6개 지자체에 수소버스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 통근차량을 수소 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수소 전기버스와 트랙터 등 상용차 라인업을 잇따라 공개하며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