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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카와 크리스마스]①이스라엘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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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카와 크리스마스]①이스라엘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실례? 유태교의 축일인 하누카의 상징물인 메노라 촛대 모습(사진=http://ko.hellowall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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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트교가 국교인 나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와 캐롤송이 울려퍼진다. 심지어 주요 이슬람국가들은 물론 이스라엘과 대치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팔레스타인 일대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기념한다.

하지만 정작 예수 크리스트의 주요 행적이 이뤄진 예루살렘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니고 트리를 특별히 장식하지도 않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 놓인, 예수의 고향으로 알려진 베들레헴과 성모 마리아가 수태고지를 받았다 알려진 나사렛 지역에서만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그나마도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선언'으로 중동 정세가 혼돈 속에 빠지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란 단어를 더욱 듣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중동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났고,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이스라엘군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예수 크리스트의 고향으로 알려진 나사렛에서 항의의 표시로 행사 일부를 취소한다고 밝혔고 베들레헴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잠시 소등하는 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와 기간이 겹치는 '하누카(Hanukkah)' 축제를 기념하며 '메리크리스마스'란 말 대신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라는 인사말을 한다. 이스라엘 내 2% 남짓인 크리스트교인을 제외하고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은 아예 쓰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일부 미국에 사는 유태인들 중 독실한 유태교 신자들은 관공서나 공공장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항의를 내기도 한다고 알려져있다.


[하누카와 크리스마스]①이스라엘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실례? 마카비 전쟁 당시 군사를 지휘하는 유다의 모습을 그린 그림(사진=위키피디아)



이는 유태교에서 예수의 탄생보다는 하누카 축제를 훨씬 큰 축일로 삼기 때문이다. 하누카는 본래 신에게 봉헌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로, 성전을 되찾고 재건한 날을 기념하는 유태인들의 명절이다. 기원전 164년,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이후 이스라엘 일대를 통치하고 있던 그리스계 셀레우코스 왕조에 대항해 이스라엘의 독립투사인 마카비(Maccabi)가 예루살렘을 탈환, 성전을 복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도자였던 안티오쿠스 4세는 이집트와 전투에서 참패해 재정 손실이 막대해지자 이를 예루살렘 성전 약탈로 메꾸고자 했다. 안티오쿠스는 예루살렘 신전을 철저히 약탈한 후, 제우스상을 세우고, 유태인들이 금기시하는 돼지피를 신전 벽에 바른 후 돌아갔다. 이 일로 유태인들은 이스라엘 각지에서 봉기했으며, 이중 대사제 맛다디아의 셋째아들 유다가 이끄는 독립군이 곳곳에서 승전을 거둬 예루살렘 탈환에 성공했다. 유다는 용맹함에 대한 찬사로 히브리어로 망치란 의미의 '마카비'란 별칭을 얻었으며 이때의 전쟁을 '마카비 전쟁', 혹은 '마카베오 전쟁'이라고 칭한다.


이 하누카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가 9갈래의 촛대인 '메노라(Menorah)'다. '다윗의 별'과 함께 이스라엘의 상징물로 현재 이스라엘 국장에도 메노라 도안이 들어있다. 이 촛대는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 봤다고 나오는 불타는 떨기나무를 상징하며,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진리의 빛을 상징한다고 알려져있다. 하누카가 처음 시작된 마카비 전쟁기에는 성전을 복구한 뒤, 하루치 기름으로 메노라에 불을 밝혔는데 그 촛불이 8일간 타오르는 기적이 발생했다 알려져 하누카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원래는 마카비 전쟁기 승전과 관련된 축일이다보니 사실상 '독립기념일' 정도의 위치였지만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주요 명절 중 하나로 치켜세워졌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지속된 중동전쟁의 상황을 과거 거대한 셀레우코스 왕조에 맞서 싸우던 마카비와 비유하면서 항전의지를 다지고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명절로 올라선 것.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물들면서 잊혀지기 쉬운 하누카의 역사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고도 전해진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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