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 미리 본 새정부 가상 시나리오] 내가 본 친구 유승민-김인규 한림대교수 본지 기고

  온갖 정치 역경속에도 '보수' 수리하는 사람
  출판기념회 한번 안해 유능하면서도 깨끗

지난달 24일 강원 춘천 유세에서 만난 유승민(오른쪽) 바른정당 후보와 김인규 한림대 교수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인규 교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제 친구입니다. 유 후보가 지난 1일 ‘끝까지 간다’는 제목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었습니다.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는 대목에서 저는 울컥했습니다. 그를 그렇게 만든 원죄가 제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원죄를 설명하려면 1994년 가을 제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사해 유승민 후보를 만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때 이미 그는 KDI의 스타 플레이어였지만 부당한 일만 아니면 누구에게나 늘 겸손했습니다. 저는 그런 그와 우정을 나누는 영예를 누려왔습니다.

KDI 시절 저는 로마인들이 꼽은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품성에 대해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것은 지성, 설득력, 육체적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입니다. KDI 근무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섯 가지 기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물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KDI 제 연구실의 옆 연구실을 쓰던 유 후보에게서 다섯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국가 지도자의 자질을 봤습니다. 그래서 유 후보 본인이 대통령직에 대한 소명의식을 깨닫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대권에 도전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고난의 길’을 권한 거지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KDI 연구원 시절. /사진제공=의원실
먼저 유 후보의 지성부터 살펴봅시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명문 학교를 나왔을 뿐만 아니라 KDI를 거쳐 정치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며 지성을 갈고닦은 인물입니다. 이런 그의 지성은 대선후보 토론이나 인터뷰를 보면 여지없이 잘 드러납니다.


둘째, 유 후보의 설득력은 2015년과 2016년 국회의원들이 뽑은 차세대 리더에서 여야 통틀어 연달아 1등을 차지했다는 데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그의 설득력은 겸손한 경청에서 비롯된 것이라 힘이 있습니다.

셋째, 유 후보는 강철 체력을 자랑합니다. 그는 정치권에 입문한 이래 가장 부지런히 활동한 정치인으로 손꼽힙니다. 지금도 4~5시간 자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유세 일정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그맨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야구 잘하는 스포츠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넷째, 정치부 기자들이 신사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의정 활동을 한 국회의원에게 주는 백봉신사상(白峰紳士賞) 대상을 유 후보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수상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자제력은 대단합니다. 색깔론을 반박하며 “안 속는다, 이 X들아”하는 후보나 좌파 시민단체를 겨냥해 “이 도둑X의 XX들”이라고 막말을 쏟아내는 저질 후보들 사이에서 고결함을 잃지 않는 그의 자제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섯째, 유 후보는 온갖 정치적 역경 속에서도 한국의 보수가 잘해야 대한민국이 잘된다는 지속적인 의지를 한 번도 굽힌 적이 없습니다. 2일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복당 의사를 밝히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강력하게 피력합니다. 그의 지속적인 의지에 존경을 보냅니다.

유 후보는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이상의 다섯 가지 덕목뿐만 아니라 요즘 보기 드문 도덕성까지 겸비한 지도자입니다. 일례로 대다수 정치인은 수시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불법에 가까운 비도덕적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긁어모읍니다. 그들과는 달리 유 후보는 정치인이 된 후 지금껏 출판기념회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이렇듯 유능하고 깨끗한 유 후보가 2일 대선 전 마지막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 어렵고 힘들지만 전 실망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해 매일 저 자신에게 왜 정치를 하는지 묻습니다”라며 자신의 힘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런 유 후보가 안쓰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지만 힘을 내요, 유승민 후보! 당신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83년 연구원으로서 KDI 주최 포럼에 참석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사진제공=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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