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조심해라"…소방관-순직 해병 父子의 마지막 2분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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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20. 오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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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해병은 현직 소방관의 외아들…대학 1학년 마치고 입대

실종됐다 발견된 해병대원 태우고 이륙하는 헬기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psik@yna.co.kr


(예천=연합뉴스) 김선형 박세진 기자 =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은 한평생 국가에 헌신한 소방관의 외동아들이자 한 집안의 장손이었다.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A(20) 일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었다.

고향이 전북 남원인 A 일병은 전주에서 대학에 다녔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5월 수료식을 치렀다.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인 A 일병은 전날 오전 9시 3분께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전우들과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1990년대 중반에 임용된 A 일병의 부친(57)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을 품에 안았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남원 지역 안전센터에서 현직 소방위 계급으로서 여전히 사명감이 투철한 소방관으로 활약하고 있어 주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실종 해병대 장병 찾기 위한 야간수색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9일 오후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선몽대 인근 하천에서 수색 중에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기 위한 야간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2023.7.19 psik@yna.co.kr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전북 남원에서 경북 예천까지 245㎞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들이 실종된 지점에서 부친은 해병대 중대장을 향해 "구명조끼 입혔어요? 입혔냐고. 왜 안 입혔냐고요. 왜. 그게 그렇게 비싸요"라고 반문했다가 "지금 세상에 물살이 이렇게 센 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죽겠네 정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고 격분했다.

곁에 있던 아내는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외동아들이에요. 외동. 혼자 있어요. 혼자. 어떻게 살아.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며 절규했다.

실종 14시간여 만인 전날(19일) 오후 11시 10분께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아들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부와 친인척은 "구명조끼만 입혔어도…"라며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비통함을 드러냈다.

전우 앞에서
(예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0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전우를 맞이하기 위해 해병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2023.7.20 hsb@yna.co.kr


20여분 뒤 부부를 태우기 위해 이들이 대기하던 숙소 앞 현관에 119구급차가 도착했으나 부부는 아들에게로 쉽게 향하지 못했다.

일부 친척은 현관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해병인 아들과 지난 18일 마지막 2분의 전화 통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내가 걱정돼서 저녁에 전화했는데 어제. 2분 딱 통화를 했어.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것네"라고 말했다.

물 조심하라던 현직 소방대원인 아버지의 당부는 '아빠와 아들'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해병, 폭우 실종자 수색
(문경·예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해병대 1사단이 18일 오후 경북 문경시 영순면과 예천군 풍양면 경계에 있는 삼강교 주변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8 image@yna.co.kr


sunhyung@yna.co.kr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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