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 16억짜리 아파트, 8억 빌려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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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8. 오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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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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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1주택자 LTV 50% 상향 단일화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허용하기로
"고금리·부동산 수요위축 집값 영향 제한적"]

(수원=뉴스1) 임세영 기자 = 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2.10.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1주택자 및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올리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시장과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다. 은행권에선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어서 안정화하고 있는 집값과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무주택자·1주택자 LTV 50% 적용과 15억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8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 가구의 LTV 상한을 80%로 완화한 데 이어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에 족쇄로 작용하던 LTV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LTV는 아파트 등 집을 살 때 담보 대비 대출가능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LTV를 높이면 주택 거래와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LTV 상향 조치가 가계부채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그간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에 가계대출 수요가 줄고 부동산 시장에 거래 실종과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자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내년초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주택가격에 따라 20~50%를 적용하던 LTV가 내년부터 50%로 단일화된다. 아울러 지금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가 금지돼 있지만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는 LTV 50% 한도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금리가 최고 7%대를 넘어 8%대에 임박할 정도로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를 완화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짒값과 고금리 탓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 간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사철인 9월에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9월 누적으로도 은행 가계대출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조2000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리 급등과 거래 실종에 가계대출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는 뜻이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허용하면 고소득자나 자산가를 중심으로 주택 구입 수요를 불러와 일부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규제지역에서 16억원 짜리(KB시세 기준) 아파트를 사면서 금리 연 4.80%에 주담대(원리금균등방식 40년 분할상환)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소득 7000만원 차주는 대출가능액이 4억9700만원에 불과하지만 연소득 1억원 차주는 7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득이 높으면 집값의 절반인 8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LTV 50%를 적용하면 특히 고소득자나 고자산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가 더 늘 수도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15억원이 넘는 주택의 대출을 차단한 결과 보유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차주만 아파트를 매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규제를 풀면 서울 등 고가 아파트 수요가 늘고 거래도 일정 부분 증가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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