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울산·대구·광주 과학기술원 3곳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협약했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하반기 선발해 내년 3월 입학하는 신입생은 △울산과기원(UNIST) 40명 △대구과기원(DGIST) 30명 △광주과기원(GIST) 30명 등 연간 100명 규모다. 삼성전자와 세 학교는 5년간 반도체 인재 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5년의 학사·석사 통합과정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대만 등과 반도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둘러 인력을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요 대학에 반도체 관련 대학·학과를 신설했고, 대만은 산학협력 규제를 완화해왔다. 미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유학생들의 자국 내 취업을 유도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1년까지 필요한 반도체 인력은 30만4000명이다. 2021년(17만7000명)보다 71%가량 늘어난 수치다. 매년 1만2700명 규모인데, 현재 국내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연간 5000명에 불과하다. 반도체 관계자는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내 인력난 심화로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생산·연구시설 해외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방소재 과학기술원에 반도체계약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지역 반도체 인재 양성 허브'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 주요 국가산업인 반도체 핵심 인력이 지역에서 성장해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한다는 의도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서울·대전·포항에 이어 대구·광주·울산에도 반도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울산·대구·광주 과학기술원은 이날 각 지역에서 동시에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협약식을 가졌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삼성전자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 간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 "반도체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일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을 이끌 전략기술로 디지털 시대의 '석유'에 해당한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