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했으면서도 또 코인 투자 …2030 '고수익 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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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10.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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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신화'에 물든 젊은층
'한탕' 착각에 빠져 피해 되풀이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홍보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건율 기자

[서울경제]

지난해 가상자산 사기를 당한 김 모(29) 씨는 같은 해 9월 오픈채팅방을 통해 가상자산에 또 500만 원을 투자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데다 수익 창출 구조 역시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 글이 이어지면서 다시 한 번 투자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수익 중 일부가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씨가 투자금과 가입비·교육비 등 500만여 원을 추가 투자했을 때 발생했다. 김 씨는 “연락하던 주동자와 투자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며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1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2·3차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수백 %의 수익을 거뒀던 ‘가상자산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쉽게 유혹에 빠지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접속한 ‘가상자산 피해자 오픈채팅방’ 수십여 곳에는 이미 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상대로 가상자산 리딩방을 홍보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한 광고는 “500만 원을 3000억 원으로 만들었다”며 “선착순 30명만 받는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정기적으로 금융가 소식을 전달하며 전문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었다. 한 오픈채팅방에는 하루 동안 비슷한 게시물이 12건 올라왔다. 6개월 전 가상자산 사기를 당했다는 A 씨는 “광고 글을 볼 때면 소액이라도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하기도 한다”며 “실제 몇 군데 리딩방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 B(27) 씨는 최근까지 모두 네 차례나 비슷한 피해를 봤다. 햇살론에서 대출 받은 금액을 포함해 모두 3000만 원을 잃었다. 사기를 당한 직후에도 ‘이번에야말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 투자를 반복했다. 그는 “몇 백만 원 단위였던 피해 금액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눈앞이 깜깜했다”며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사설 도박 사이트를 찾아 베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장 투자금을 복구해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에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는 사기 업체를 오히려 더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대안을 찾자는 심리도 유혹에 흔들리는 이유다. 최근 가상자산 이더리움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우 모(30) 씨는 “근로소득만으로는 기존의 생활을 바꿀 만한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주식으로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고수익을 내려면 코인밖에 답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이어져온 젊은 층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열풍이 시장이 불안해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노리는 사기가 많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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