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당해보니 왜 말 못하는지 알것 같다" 천안 고3, 호소글 남기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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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25. 오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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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주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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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처분 1~3호 생기부 기재도 안돼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수첩에 빼곡
유족 "3년간 피해…학교선 무대응"
지난 11일 숨진 고교생 김 군의 수첩에 적혀 있는 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충남 천안에서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3년 간 학폭을 당했다며 피해 내용을 수첩에 남겼다. 더욱이 학폭 피해를 호소해도 학교 측은 "학폭이 없었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고(故) 김상연(18) 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15분께 천안시 동남구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40여분 뒤 숨졌다.

이후 김군 가방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유서와 함께 3년 간의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군은 수첩에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 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적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 1∼3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조차 안된단다. 안타깝지만 나는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라는 글도 적혀 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학폭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김군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월 초부터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학폭을 토로해 지난 4일 담임교사에게 전화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며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고만 하며 아이 상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주일간 손을 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대로 세상을 구경하지도 못한 아들이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고 흐느꼈다.

이에 대해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년간 김군 관련 학폭위는 열린 적이 없고, 최근 김군이 자주 결석해 학교에서 부모님께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학폭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군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천안동남경찰서는 3년간 김군의 담임을 맡았던 교사 3명과 학생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김군의 스마트폰과 노트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실질적인 폭행이나 학대 등이 있었는지를 중점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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