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고있을 사람"...숨진 공무원, 새벽 1시까지 현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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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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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민원에 시달리다 신상정보까지 털린 뒤 숨진 채 발견된 김포시 공무원은 새벽 1시까지 현장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가 지난 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공무원이 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30대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민원 폭탄’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한 온라인 카페에선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라며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으로 A씨를 지목,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이후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 글은 사실과 달랐다.

김포시 관계자는 JTBC ‘사건반장’을 통해 “A씨가 공사 현장에 안 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새벽 1시까지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 해당 카페 운영자는 사과문을 올리고 ‘주무관님의 명복을 빈다’는 이미지를 첫 화면에 띄웠다.

회원들 사이에선 “공무원 신상 퍼 나른 X, 신상 털렸다던데”, “악성 민원으로 서이초 교사 세상 등진 사건이 얼마 안 됐는데”, “추모 기간 게시판을 닫는 게 어떨까”라는 등 문제의 회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포시는 이 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시는 자문 변호사와 함께 A씨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 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소속 부서 간부는 “A씨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며 “A씨는 평상시에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2∼3일 전부터 힘들어하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힘들어했던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자료 수집과 함께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악성 댓글 게시자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오는 12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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