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는 22.8%… 고교 절반 수준
학부모 男 교사 선호에 유치경쟁 촌극
임용합격자 男 비율 확대 주장 이어져
일각선 ‘임용 할당제는 이중차별’ 지적
“男 교사 필요한 이유·효과 등 분석 필요”
박봉에 일 부담 커 떠나는 교사 나오자
“할당제 대신 업무 환경 개선” 목소리도
2023년 초등교사 선발인원 총 3561명
2022년보다 5.2%↓… 서울은 반토막
합격해도 자리 없어 미발령 수 증가
교총 “초등학교 31% 과밀학급 문제
교원 정원 줄이며 열악한 교육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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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남교사가 사라지고 있다. 20여년 전 절반 수준이던 남교사 비율은 올해 10명 중 3명으로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는 남교사 비율이 더 낮고, 남교사가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다. 최근 신규 임용 교사 중 남성 비율도 줄고 있어 앞으로 남교사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서울 초등교사 8명 중 1명만 남자
30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 교사 중 남성 비율은 30.3%로 20년 전보다 14.3%포인트나 줄었다. 1999년 50.8%에 달하던 남교사 비율은 △2002년 44.6% △2007년 39.5% △2012년 35.1% △2017년 33% 등으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매년 0.5%포인트가량씩 줄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쯤엔 20%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교장, 교감 등을 제외한 남교사가 한 명도 없는 학교는 올해 기준 107개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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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공립 초등학교 임용시험 합격자(216명) 중 남성 비율은 전년(13.2%)보다 2.6%포인트 줄어든 10.6%(23명)에 그쳤다. 남성 지원자 비율은 2019년 15.8%였지만 2020년 이후 13%대로 감소했다. 지원자 자체가 줄면서 합격자 비율도 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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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남교사 가뭄 현상에 ‘남성교사 할당제’ 이야기도 나온다. 임용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을 정해 남성의 합격문을 넓히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초등학생 발달에 선생님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남성과 여성 교사를 모두 만나보는 것이 좋다. 특히 고학년 남학생에게 남교사는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며 “공무원을 뽑을 때 한쪽 성(性)이 70%를 넘지 않게 하는 것처럼 교사도 남성을 일정 비율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에 남교사 할당제를 건의했고, 이듬해 서울시교육청이 신규 교원 임용 시 남성 비율을 정원의 30% 이내에서 교육감이 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모두 교육부의 반대로 시행되진 못했다. 정치권에서도 2011년 남교사 할당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은 못 넘었다. 교육계에선 남교사가 줄어드는 현상은 문제라고 보면서도 할당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여성 역차별’이란 사회적 반발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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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실. 게티이미지뱅크 |
인위적인 할당제보다는 업무 환경을 개선해 남성 중 교사 지원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남교사 B(33)씨는 “요즘 교사는 박봉인 데다가 교권 침해 사건도 많아 ‘힘든 일’이란 인식이 있다. 교사 처우가 좋아지면 자연스레 남교사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남교사 C(35)씨는 “학교에서 행사 때 강당에 의자를 까는 일 등 궂은일은 암묵적으로 남교사가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교육 외 업무 부담도 커 그만두는 남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현재 한국 학교는 교사가 거의 모든 업무를 다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행사 준비, 당직 등 물리력이 필요한 일이 남교사에게 몰린다”면서 “교육청에서 별도 예산으로 교육 외 업무에 필요 인력을 지원해주고, 학생에게 남교사가 해줘야 할 역할도 외부 인력이나 체험을 활용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줄면서 좁아지는 임용문… ‘교사준비는 불안정적’ 인식도
남교사가 줄어드는 것은 교사 임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년 교사 임용 규모가 줄어들어 “교사를 준비하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분위기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공립 교원 정원(초·중·고 교과)은 29만3023명이 될 전망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초·중·고 교과 교원 정원은 2020년 29만4350명에서 2021년 29만4121명 등으로 매년 소폭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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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뉴시스 |
어렵게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학교에 자리가 나지 않아 미발령된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경인교대 재학생 A씨는 “학교에서 은퇴 등으로 나가는 교사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보니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2년까지 대기하기도 한다”며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겠다는 꿈이 커 교대에 왔지만, 주변에서 ‘요즘 교사 되기 힘들고 교사가 돼도 일이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해 위축된다. 교대 인기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학급의 31%가 학생 수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라며 “정부가 ‘학생 수 감소’에 매몰돼 교원 정원을 줄이며 열악한 교육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