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脫중국… 韓美日 등 14국 첫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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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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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 IPEF, 광물 등 중국에 안 휘둘리게 협력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정부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 1년 만에 공급망 협정을 처음으로 타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탈(脫)중국화가 본격화하고, 중국 경제를 향한 압박 수위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공급망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 간 공조’ 등을 담은 공급망 협정이 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2022년 5월 출범한 IPEF에서 맺은 첫 합의로 공급망과 관련한 최초의 국제 협정이기도 하다.

IPEF는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총 14국이 참여하는 다자 경제협력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9%,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한다.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출범했다. 협상 분야는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총 4개 부문이다.

IPEF는 지난해 9월부터 4개 분야에서의 협상을 이어왔다. 나머지 3개 분야 협상은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특히 올 하반기 부산에서 열리는 4차 협상에서 무역 부문 협정 타결 가능성이 커지며 전 세계 경제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의 고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IPEF 장관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야 할 일이 더 있지만, 무역 분야에서도 수개월 내에 결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IPEF 공급망 협정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협정 중에서 참여국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큰 협정이고, 선진·개도국뿐만 아니라 자원 부국과 기술 선도국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 주도로 출범한 IPEF가 27일 공급망 분야 타결에 성공하며 첫 성과를 내놨다. 중국 영향력을 축소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주력하는 미국 입장에서 이번 합의가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PEF 공급망 협정 타결로 우리나라 입장에선 2021년 발생한 요소수 부족 사태와 같은 각종 공급망 위기에 대한 대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 빈국(貧國)인 우리나라는 에너지·광물자원 수급난과 같은 각종 공급망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자원 부국이 대거 참여하는 IPEF의 공급망 협정이 맺어지면서 이 같은 약점을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망 위기 즉시 SOS 요청 가능

이번 공급망 협정은 공급망 위기 시 회원국이 협력 가능한 메커니즘을 마련해 운영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평시에는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협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14국 정부로 구성된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상호 공조를 요청하고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 경로 개발, 신속 통관 등 협력에 나선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참여국이 공급망 확보에 협력하게 된다. 또 2021년 중국의 수출 통제로 전국에서 대란이 일어났던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면 대체 공급처 개발 등 회원국 도움을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된다.

회원국들은 또 평시엔 각국 정부가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필요한 조치를 자제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투자 확대, 물류 개선, 공동 R&D(연구·개발) 등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14국 정부 관계자로 구성하는 ‘공급망 위원회’는 각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회원국은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를 자제하기로 하면서 작년 1월 인도네시아가 석탄 수출을 갑작스레 금지하며 석탄 수입국들이 위기에 처했던 것과 같은 일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 수요의 9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IPEF 참여국 중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생산기지가 함께 공급망 투자 활성화, 물류 개선,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면 대체 공급선 확보와 공급망 다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측에서는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고 투자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정적 공급망 위한 실질 협력 기회”

IPEF 협상 분야는 4개인데 이번에 타결된 공급망 외에도 무역, 청정 경제, 공정 경제에 관한 협상이 남았다. 미 정부는 나머지 3개 분야도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까지 타결하겠다는 목표다. 이들 분야에서는 낮은 수위 합의로 마무리된 공급망 분야와 달리 회원국 간 경제 질서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IPEF 출범 당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중국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 만큼 앞으로 중국 정부의 대응이 관심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에서 중국이 반발할 만한 요소는 없다. 특정국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것도 없다”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 교역 파트너이자 투자 협력 파트너로, 긴밀한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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