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밥 대신 아아·햄버거”… 배달에 빠진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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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02. 오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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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너] 인근 가게 “부대 덕에 매출 쏠쏠”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포천시 5군단 사령부 정문 앞. 군부대 앞으로 배달 음식을 담은 차량이 15분 동안 7대 도착했다. 치킨, 족발, 자장면, 햄버거, 커피, 아이스크림 등 종류도 다양했다. 부대 내부에서 차량을 타고 온 병사들은 음식을 받고 바로 돌아갔다.

휴대전화 허용과 배달 앱의 발달로 이른바 ‘짬밥’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장병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 기자가 배달 앱으로 확인해보니, 5군단 정문 앞으로 배달 가능한 가게는 30여 곳이었다. 인근 배달대행업체 사장인 김모(54)씨는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던 작년엔 군부대 주변에서 배달하던 가게가 10군데 정도였는데 1년 사이 30여 개로 늘었다”며 “그사이 배달업체도 5군데 더 생겨 배달업체끼리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했다.

배달은 군부대 상권의 주 수입원이 됐다. 김씨 업체는 수입의 절반이 군부대 배달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5군단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있는 ‘111커피’ 사장 최사랑(33)씨는 “코로나 전 군부대에서는 특별한 날에나 단체 주문을 했는데, 요즘엔 장병들이 커피를 한두 잔씩 배달 주문하는 매출이 쏠쏠하다”고 했다. 최씨 카페에는 마치 군부대 이름처럼 ‘111커피대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경기 포천시에서 3년째 배달 중국집을 운영 중인 최진효(51)씨도 “포천 일대 군부대가 훈련에 들어가 부대 배달이 어려워지면 평소보다 매출이 30% 줄어든다”고 했다. 강원도 양구 21사단 병장 김모(23)씨는 “양구 읍내에서 부대까지 배달료가 1만원 정도라 병사들 10명 이상이 모여 함께 주문한다”며 “우리 단골 중식당은 배달료를 면제해주거나 군만두를 서비스로 얹어준다”고 했다.

배달 음식을 즐겨 먹다 보니 군 장병들이 급식을 거르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경기 포천의 한 부대에서 근무 중인 상병 이모(22)씨는 “원칙적으로 군인은 밥을 굶으면 안 돼서 휴일 오후 2~3시 정도에 간식 개념으로 배달 음식을 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배달을 시키는 날에는 기대감에 차 점심도 안 먹고 배불러서 저녁을 안 먹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배달 음식은 대체로 일과 시간이 아닌 주말에만 허용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평일 밤에도 배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배달 음식으로 인한 장병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한 전방 부대 주임원사는 “주말마다 병사들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느라 부대 밥을 먹지 않아 매번 잔반을 버리고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부대 재량에 따라 희망하는 병사들이 배달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식중독 취약 기간인 7~8월에는 배달 이용을 자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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