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이달 안에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社)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만회분이 다음달로 미뤄졌다. 모더나의 유럽 제조공정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이 때문에 8월 첫주 50대 접종계획을 급하게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더나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계약위반 사항이 아니라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더나와의 불합리한 계약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월 사태’는 모더나의 유럽지역 생산차질 여파로 발생했다. 현재 유럽의 원액생산은 스위스 론자가, 병입(충전·마감)은 스페인 로비가 각각 맡고 있다. 모더나는 제조공정상 문제로 생산이 여의치 않자 지난 23일 오후 한국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25일 선적분을 싣지 못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이후 정부는 모더나에 7월 공급 여부, 공급 가능 물량 등을 26일까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달 추가 도입은 결국 ‘0회분’이 됐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사에 따르면, 7월 말 공급 예정물량이 8월 일정으로 조정됐다”며 “7월 물량에 대해서는 계약사와 지속적으로 협의, 공급일정을 확정하겠다.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더나의 유럽 공장 생산차질 여파는 만만치 않다. 급하게 50대 접종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8월 첫주 사전예약 접종자는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 당초 50대는 전원 모더나를 접종하기로 했다가 모더나 수급 문제가 생기면서 수도권 55~59세에는 화이자를 접종하게 됐다. 이어 유럽 공장 문제가 터지면서 55~59세는 지역 구분 없이 화이자를 맞게 됐다. 정부는 3분기(7~9월) 접종계획을 공개하면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주력 백신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6일부터 50~54세 380만 명 접종이 시작된다. 모더나가 흔들리면, 이들도 화이자를 맞게될 수도 있다. 정부는 30일 공개 예정인 8월 접종계획을 짜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모더나와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급 불안정 대비가 안됐다”며 “화이자의 경우는 매주 정기적으로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를 어긴 적이 없다. 모더나와 다르다. 정부는 보다 안정적인 백신 수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백신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은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MO)을 맡았다. 시제품은 이르면 8월 말~9월초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없다. 승인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완제품은 9월에나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 우선해 생산물량을 먼저 풀릴 지는 확실치 않다. 최종 유통계획은 모더나가 짠다. 모더나는 여러 국가와 공급계약을 공격적으로 맺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더나 백신의 국내 허가와 유통을 맡은 GC녹십자가 모더나의 접종 연령을 기존 만 18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허가 변경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녹십자는 만 12세∼17세 청소년 3732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수행한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23일 모더나 백신에 대한 만 12세∼17세 접종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