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수사 검사가 테라 창립자 변호 로펌으로…‘전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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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08. 오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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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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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사건을 전담 수사했던 검사가, 사건 핵심 피의자인 테라폼랩스 창립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으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변호사는 “신 전 대표가 기소된 뒤 입사했고, 앞으로도 관련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수사를 전담하다가 지난 2월28일 퇴직한 이아무개 검사가, 이달 초 ㄱ법무법인에 파트너 변호사로 입사했다. ㄱ법무법인은 최근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대거 영입하며 몸집을 키워가는 곳으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신 전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은 판검사 등이 퇴직해 변호사가 되면, 퇴직 후 1년간 퇴직 당시 근무처가 처리하는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당 변호사로 표시되지 않았으나 실질적으로는 사건에 관여해 수임료를 받는 경우도 금지하고 있다. ㄱ법무법인은 소속 변호사가 30명이 되지 않는 중소규모 법인이다. 이 때문에 파트너 변호사라는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이 변호사가 사건에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유식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법무법인은 하나의 인격체기 때문에 사건을 맡고 승·패소에서 생기는 효과가 변호사 개인이 아닌 법인 전체에 영향을 준다”며 “선임계를 내고 신 전 대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회의에서 조언을 한다거나 기록을 검토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피의자도 많고, 앞으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참고인도 많은데, 이들이 선임한 변호인과 법무법인을 보니 대형 로펌은 거의 다 포함돼 이직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검사를 그만두기 전에 ㄱ법무법인 쪽과 접촉한 사실이 없고, 공판 단계에서 신 전 대표 변호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ㄱ법무법인에 입사했다”고 했다.

‘사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변호사 설명과 달리 ㄱ법무법인은 이 변호사의 ‘테라·루나’ 수사 경력을 적극 활용했다. ㄱ법무법인은 자신들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SNS)에서 “2022년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에 합류하며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형사사건을 담당했다”며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전담 수사하며, 관련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고 밝혔다. ㄱ법무법인은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전담 수사하며 전문성을 쌓았다’는 대목을 삭제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변호사의 상관이었던 서울남부지검 고위 검사는 <한겨레>에 “테라 폭락을 수사했던 합수단 소속 검사가 퇴직 직후 신현성 전 대표를 변호하는 법인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앞서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검사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취업한다며 사표를 내 논란이 있었는데, 아쉬운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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