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장관 “녹취록 공개는 푸틴의 정보전”···러시아 하이브리드 공격에 약한 독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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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독일군 고위 간부의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데 따른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독일은 녹취록 공개를 러시아의 ‘정보전’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단시일 내에 대러 정보전 역량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일에 분열의 씨앗을 심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녹취를 사용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동요시키려 한다”면서 “푸틴이 성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화를 도청해 발표한 것 이상의 일”이라면서 “이는 푸틴이 벌이는 정보전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군 기밀이 러시아에 추가로 유출된 사실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러시아 언론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일군 고위 간부 4명이 독일제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 대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독일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이를 두고 독일 정보기관의 ‘대재앙’이라고 규정했다.

독일이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12월 ‘카르스텐 L(링케)’로 알려진 독일연방정보국(BND) 고위급 직원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밀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다. ‘아르투르 E’로 알려진 한 남성도 링케가 러시아 보안국(FSB)과 접촉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함께 체포됐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연방군에서 군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토마스 H’가 러시아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 올해 1월에는 독일 정부를 겨냥해 허위 정보 캠페인을 벌인 친러시아 성향 엑스(옛 트위터) 계정 수만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리허차이퉁(NZZ)은 냉전 종식 후 예산 삭감으로 조직이 허약해지면서 독일의 국내 담당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과 해외 담당 정보기관인 BND가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에 대응할 능력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도한 관료적 규제가 정보기관의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BND 수장들인 아우구스트 하닝과 게르하르트 쉰틀러는 지난해 8월 ‘토마스 H’가 체포됐을 당시 대중지 빌트에 기고한 글에서 어떤 일을 하려면 최소 7개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독자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소련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해 부채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독일이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경계심이 약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유출 사건으로 독일연방군에 대한 보안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피겔에 따르면 녹취에 등장한 고위 간부들은 군 내부 보안 통신이 아닌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를 사용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독일 연방의회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에바 회글은 이날 푼케미디어그룹과 인터뷰에서 “독일연방군은 계급고하를 막론하고 당장 보안 통신에 대한 포괄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연방군사정보국(MAD)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즉시 맞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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