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G망 깔리지도 않았는데…정부, ‘5G 백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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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12. 오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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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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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IITP, ‘5G 백서’ 발간 준비
5G 세계 첫 상용화 내용 담길 예정
상용화 2년 지난 현재도 5G망 구축은
지지부진하고 비싼 요금에 소비자 불만 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4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K)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는데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자화자찬식 ‘5G 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G 상용화 2주년을 맞아 부족한 서비스 품질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반성보다는 ‘셀프 칭찬’에 나선 것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ICT 연구개발(R&D) 수행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5G 백서 발간을 준비 중이다. 백서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현황과 결과를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보고서다.

5G 백서 발간을 위해 조만간 최소 10명 이상이 참가하는 편찬위원회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 백서에는 5G 시범 서비스부터 세계 최초 상용화의 성공, 세계 최고 네트워크 품질, 가입자 증가 등에 관한 내용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백서 안에는 담당 부처 공무원, 통신사, 제조사 등 현재 국내 5G 생태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이해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인터뷰가 대거 실릴 예정이다. 5G 백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내 5G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음에도 정부가 5G 백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 5G 상용화는 2019년 하반기로 잡혀있었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6개월 앞당겨 조기 상용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통신 3사의 기지국 구축 등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5G 상용화 2년이 지난 현재 준비되지 못한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최고조다. 전국망은 물론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를 위한 초고주파 대역 상용화도 늦어지고 있다. 최근 5G 피해자모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집단소송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5G 백서 발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기획 백서는 좋은 내용만을 위주로 담길 수 밖에 없다"며 "이번 5G 백서도 백서라기 보다는 국정 홍보 자료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귀뜸했다.

5G 집단소송을 맡은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백서가 나온다면 당시 5G 상용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여야만 했던 배경과 고가요금제 인가를 쉽게 내줬던 이유 등도 기본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라며 "아울러 상용화 당시 정부와 통신사에서 홍보했던 5G 속도와 사회 변화상이 얼마나 현실화하였는지도 담아야 공정한 백서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 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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