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한강 버스킹…단속 비웃더니 결국 징역 6개월[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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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29.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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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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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3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인근 주민 수면장애 호소
버스킹 공연자 공무집행방해죄 징역형 선고 첫 사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다."

한강을 무대로 삼은 곡조는 한강보안관의 단호한 어조에 끊겼다. 공연은 중단됐다. 버스킹 공연자 김모씨(44)는 화를 참지 못했다. 수십명의 관객이 자신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객은 김씨의 편이었다. "꺼져라", "마음대로 해라" 등의 말이 김씨를 움직였다.

김씨의 손은 한강보안관 B씨를 향했다. 가슴을 수차례 밀쳤고, B씨가 쥐고 있던 전자 호루라기도 빼앗았다. 한여름 밤의 꿈이 현실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6월17일 오후 11시44분 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불거진 일이다.

누군가의 낭만은 누군가에겐 소음에 불과했다. 또 누군가에겐 한밤중의 민원 업무일 뿐이었다. 자정이 넘은 오전 2~3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공무원 단속에 번번이 불응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눈앞에 놓인 마이크와 스피커로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결국 김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진심 어린 반성은 없었다.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재판부는 헌법 제16조에 명시된 주거권을 들었다. 버스킹 공연에서 유발되는 소음이 수면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생활을 방해할 경우 헌법 위반 및 민법상 불법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특히 법원은 버스킹 공연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약 7년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타인에 대해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심야에 극심한 소음을 일으키며 인근 주민들에게 수면장애의 생활 방해를 반복적으로 감행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해왔다"며 "자신에게 호의적인 다수 군중의 위세를 이용해 한강 공원의 질서 유지라는 적법한 공무수행을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조롱조 행태를 보이면서 공무수행을 저지하는 등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질서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6개월형을 선고했다.

결국 김씨의 노랫말은 법원이 버스킹 공연자에게 공무집행방해죄 책임을 물어 징역형을 선고한 첫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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