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모범공무원증 크기 키운다는 정부... 공무원들 “이걸로 자긍심이 고취되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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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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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액수 등엔 변화 없고 상장 크기만 키워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정안전부. 한국일보 자료


정부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표창하는 증서와 모범공무원증 크기를 키운다. 상장 크기가 커지면 상을 받는 입장에서 자긍심이 더욱 고취될 거라는 이유에서인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표창하는 증서(표창장ㆍ상장)와 모범공무원증 크기가 다음 달부터 기존 ‘20.5㎝(가로)x29.2㎝(세로)’에서 ‘24.0㎝x34.0㎝’로 커진다. 표창 증서는 대한민국에 공적을 세우거나 각종 교육ㆍ경기 및 경연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에게, 모범공무원증은 업무에서 성실하고 창의적인 자세로 솔선수범한 모범공무원에게 준다.

정부는 상장 크기를 키우면 이들이 손으로 직접 받을 때 느끼는 자긍심과 명예가 더욱 고취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동훈 행안부 상훈담당관실 팀장은 “증서가 좀 작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라며 “현재 각 중앙부처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임용장 크기가 24.0㎝x34.0㎝라 해당 기준에 맞춰 이번에 키우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모범공무원증 규정에 따르면 해당 상을 수여하면 향후 3년간 월 5만 원 포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번에 모범공무원증 규정을 개정하면서 상장 크기만 키우고, 정작 포상금 액수는 그대로 뒀다. 표창장의 경우에도 해당 상을 수여해달라고 건의하는 각 중앙부처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포상금 지급 규정이 아예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상장 크기를 키운다고 자긍심이 고취될지 의문”이라며 “증서 크기를 키울 돈으로 포상금을 올려 주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도입된 지 110년 된 ‘인감증명 제도’를 최근 디지털 인감으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문서화를 통한 전자문서유통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상장의 크기만 키우면 자긍심이 고취될 거라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옛날에야 정부 표창을 받으면 집 안에 액자로 해서 걸어 놓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 그렇게 하는 이들이 누가 있냐”라며 “상장이 커지면 보관하기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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