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물 2리터 챙겨마셨는데"…70년전 연구결과 잘못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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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30.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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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900㎖·여성 800㎖가 적당
70년 전 연구 결과 잘못 알려져
1시간마다 조금씩 섭취하고
첨가물 없는 순수한 물 마셔야

간경화·신부전증·심부전 환자는
과도한 수분 섭취가 합병증 원인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벼운 운동이나 등산을 할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게 바로 물이다.

물은 우리 몸의 60~70%를 차지하는 필수 자원인 만큼 일상 속에서 물을 건강하고 현명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물 섭취에 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속설 중 하나가 하루에 2ℓ, 즉 8잔의 물을 매일 섭취해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손다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주장은 70여 년 전 미국 연구에서 나온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결과로 이후 많은 연구가 하루에 2ℓ씩 물을 마신다고 해서 건강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밝혔다"면서 "실제로 우리 몸이 하루 필요로 하는 수분 섭취량은 하루 약 2.5ℓ인데 이를 꼭 물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과일·채소 섭취량이 많은 편이어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이 1ℓ 이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평소 식습관에 따라 하루 섭취해야 하는 물의 양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람마다 체중과 연령이 달라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물 섭취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2020년 한국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 하루 900㎖ 이상, 여성은 600~800㎖ 섭취해야 충분한 물 섭취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몇몇 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오히려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간경화, 신부전증, 심부전증과 같은 질환에선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복수, 폐 부종, 전신 부종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틈틈이 마시는 게 좋다. 물은 몸속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지난 후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콩팥 기능에 무리가 가고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손다혜 교수는 "저나트륨은 두통, 구역질, 현기증, 근육 경련뿐 아니라 뇌 장애를 일으켜 의식 장애나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므로 한잔씩 나누어 먹는 게 더 필요하다"며 "특히 노년층은 신장의 수분 재흡수율이 떨어져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매시간 물을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은 첨가물이 없는 순수한 물이 가장 좋다. 순수한 물도 해양심층수, 광천수, 이온수, 정수기 물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정에서는 정수기 살균 필터를 거친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미네랄까지 걸러져 영양가 없는 물을 마시게 된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합성이 되지 않지만 신체 대사에 필수적이므로 음식이나 영양제를 통해 보충이 필요하다. 해양심층수나 광천수, 이온수와 같이 자연에서 얻는 물은 나트륨, 칼슘,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갈증을 느끼게 돼 물을 보충한다. 하지만 노년층은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을 적게 마시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물 섭취가 부족해 소변이 농축되면 소변 속에 있는 칼슘, 요산 등이 뭉쳐져 결석이 잘 발병할 수 있다. 하지만 물 섭취를 과다하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손 교수는 "물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나트륨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 과다 섭취로 인한 증상은 두통, 호흡곤란, 현기증, 구토, 근육 경련 등이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 폐 부종, 뇌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은 흔히 식전·후에 마시는 것이 안 좋다고 알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식전·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소화를 돕는다는 의견도 있으며, 평소 소화 기능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식전·후에 적당량의 물을 섭취해도 소화에 문제가 없다.

물은 일반적으로는 찬물, 뜨거운 물보다 미지근하게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찬물, 뜨거운 물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찬물을 갑자기 마시면 위장의 온도가 내려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위장 기관의 피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운동 직후 찬물을 마시면 뜨거운 몸을 식힐 수 있고 빠르게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거나 환절기 시기에는 따뜻한 물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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