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병실 빼라더니…이튿날 사망” 암환자 가족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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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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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증질환연합회 11일 서울대병원 앞 기자회견
의사 의료현장 이탈 중단·사직 전공의 명단 공개 요구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의사가 없어 (환자를) 봐줄 수 없다고 하면 별 수 있나요. 서둘러 요양병원으로 옮겼는데 다음 날 새벽 4시에 사망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가 찰 노릇이죠. "

11일 오후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열린 '의사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레 사망한 암환자 A씨의 사연을 전하던 환자단체 관계자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중증 질환자들이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협상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며 울먹였다.

70대 암환자 A씨는 작년 10월 담도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달 20일부터 병원의 퇴원 압박이 시작됐고, 이를 이기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다음 날 새벽 4시께 사망 통보를 받았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공백'이 심각해면서 중증 환자들이 대책 없이 병원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식도암 4기 환자의 보호자라고 밝힌 B씨는 "병원에서 의료 사태(의대 증원 관련 전공의 이탈)를 이유로 항암치료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현재의 의료 사태로 인해 입원도, 치료할 여력도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상태가 위중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미 머리가 멍해졌는데, 치료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이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하며 중증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와 시간이 짓밟고 있다고 느꼈다"며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갑자기 암환자의 경과가 악화됐다고 해서 직접적인 원인을 전공의 공백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암을 비롯해 중증 질환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예정됐던 수술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진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작년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입원을 대기 중이라고 밝힌 70대 환자 C씨는 "항암치료가 1주일 이상 연기됐다. 매일 병원에 전화해 대기 순번을 확인하고 있는데 순번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며 "너무 무섭고 겁이 나지만 이 사태가 끝나길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규 입원 길이 막혀 항암치료가 10일가량 연기됐다는 70대 암환자 D씨는 "첫 항암치료를 받고 CT 판독을 해보니 췌장 내부에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며 "입원 일정이 연기되지 않고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전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된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수는 1105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접수된 피해신고서는 총 442건이다. 수술지연이 3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취소 67건, 진료거절 40건, 입원지연 18건 등이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식도암환우회, 한국중증아토피연합회 등 7개 단체로 이뤄졌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라며,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중단하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집단 사직한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부가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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