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존속 있어도 배우자만 상속”
사망한 채무자의 빚에 대한 상속을 자녀들이 포기했다면 사망자 배우자만 상속인이 되고 손주가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망자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주가 공동 상속인이 된다는 기존 판례를 약 8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3일 “신청인들이 적법 절차에 따른 재판을 통해 재산권을 보장받아야 할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의 잘못이 있다”며 A씨의 손주 4명이 낸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
대법원. 뉴시스 |
채권자인 B 회사는 2011년 A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이긴 뒤 2020년 A씨 배우자와 손주들에게 채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승계집행문을 받았다. A씨 손주들은 자신들은 상속인이 아니라며 이의를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했다.
대법관 11명은 다수 의견에서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나 직계존속이 있더라도 배우자만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 자녀들은 피상속인 채무가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종래 판례는 유지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