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성희롱, 집까지 찾아와 성폭행”…포스코 여직원의 지옥같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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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3. 오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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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상사 등 4명 경찰에 고소
감사부서 신고하자 비난에 ‘왕따’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진심으로 사죄…필요한 모든 조치 취하겠다”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A씨가 가해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A씨 제공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 난 힘들면 말을 해서 푸는 사람인데 건강도 웃음도 다 잃어버린 것 같다...이럴 거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같은 부서 동료들에게 3년 넘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는 여직원 A씨의 일기장 내용이다. A씨는 지난 7일 상사 한 명을 특수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며 같은 부서 직원 2명도 고소했다.

A씨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사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했고 회식 때에는 상사가 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시로 추행했다”며 “최근엔 한 직원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사법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경찰, 피해 여성 A씨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50여 명이 근무하는 포스코 한 부서에서 3년 넘게 일했다. 특수 업무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로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잇따른 직장 내 성 비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직장 상사 한 명이 지속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근무 시간에 모든 사람들 앞에서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로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부서 회식이 있는 날에는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받거나 추행도 겪었다”며 “부서를 총괄하는 상사가 수시로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고 했고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식 후 노래방에 가게 되면 수시로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켜 추행했다”며 “회식에 빠지겠다고 하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말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작년 12월 부서 상사 B씨를 성희롱 가해자로 포스코 감사부서에 신고했다. 회사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한 결과 B씨는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B씨의 징계 이후 A씨는 더욱 곤혹스런 일을 겪었다. 주변에선 ‘별일 아닌 일로 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으로 지목,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를 되레 가해자로 보는 시선에다 따돌림이 너무 심해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A씨의 지난 2월 7일자 일기장.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 등 당시 피해자의 불안정한 심정이 적혀 있다. /피해자 A씨 제공.

A씨는 올 2월 18일 다른 부서로 전출됐으나 2개월만인 4월 18일 원래 부서로 돌아와야 했다. A씨는 “전 부서 책임자가 강압적으로 복귀하라고 종용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A씨가 자신의 전공을 살리려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부서로 복귀를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원래 부서로 복귀한 지 약 한달만인 지난달 29일 오전 2시 30분쯤에는 같은 원룸 건물에 살고 있던 상사 C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A씨는 “C씨가 그날 새벽에 ‘차를 빼달라’며 주차장으로 내려오게 했다가 집 안까지 따라오더니 갑자기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 C씨를 특수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성희롱과 성추행 혐의로 B씨 등 같은 부서 직원 3명도 고소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회사 관계자를 통해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성폭행을 한 것으로 지목된 C씨가 ‘미안하다’ 등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휴직을 한 상태이다. 포스코는 해당 부서장을 보직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A씨가 작년 12월 처음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후 회사측이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최근 회사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 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 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해당 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 포스코. /연합뉴스

<포스코의 사과문 전문>

최근 회사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회사를 아끼고 지켜봐 주시는 지역사회와 모든 이해관계자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회사는 피해 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또한 회사는 경찰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피해 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회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성폭력,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며, 성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One-Strike Out)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로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금번 사태를 통해 아직도 회사 내에 성윤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금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윤리에 대한 추가적인 집합교육을 실시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내 성윤리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인식수준을 면밀히 진단하여 근본적인 쇄신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전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피해 직원 및 가족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2022.6.23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김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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