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1600만원부터 내라? 15억 토지 기부하려다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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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25.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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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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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에 오래 살았던 고 김모 씨 유족이 기부하려던 토지. /부산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에서 오래 살았던 선친의 뜻에 따라 주민쉼터 등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땅을 해운대구에 기부하려던 유족이 세금 문제로 기부 뜻을 접었다. 시가 15억원 가치의 토지를 기부하면서도 유족에게 상속된 토지에 대한 취득세 등 세금 1600만원을 면제 받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25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구 주민이었던 故김모 씨의 유족이 해운대구 반여동 산153과 산205-1 일원의 산림 1만3000여㎡(약 3900평)에 대한 기부 의사를 최근 철회했다. 일반적인 축구장(약 7000㎡)의 2개 크기 정도의 땅이다.

해운대구 재송동에 오래 거주한 고인은 지난해 7월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는데, 생전에 해당 토지의 사회환원 의사를 유족에 밝혔다. 이에 유족은 지난해 12월부터 해운대구와 토지의 기부에 관해 논의해왔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우동 산2번지 토지를 해운대구에 기부했고, 이곳에 주민쉼터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땅은 공시지가 5억원 정도로, 시가 15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거지역과 가까워 도심 속 주민쉼터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높았다. 해운대구청은 반여동 산153번지는 산책로로 활용하고, 반여동 산205-1은 주민쉼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유족이 기부 의사를 철회하게 된 이유는 유족에게 부과되는 취득세 탓이었다. 고인이 살아생전에 기부채납이 이뤄졌다면 세금 문제가 없었겠지만, 고인 사망과 동시에 이 땅이 상속되면서 유족이 등기를 해 취득세를 납부한 후 기부해야 했다. 부과된 세금은 취득세(세율 2.8%), 농어촌특별세(0.2%), 지방교육세(0.16%) 등 1600만원 가량이었다.

해운대구는 지방세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을 검토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 질의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취득세 면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운대구청이 취득세를 대신 내줄 순 없는 걸까. 해운대구 관계자는 “그런 사례를 본 적은 없다. 우선 법리적으로 검토를 할 부분이 많고, 예산 편성도 되어야 한다”며 “구청이 취득세를 내주면 기부가 아니라 구청에서 저가에 매입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가 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취득세 등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당 토지는 활용도가 매우 높아서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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