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내고 말래”…아파트 입주 전 필수됐다는 이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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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3.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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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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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시공 우려에 수요 늘어

경기도 고양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김모(39)씨는 지난달 건설사가 진행한 입주민 사전 점검 때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문 업체를 썼다. 3명의 업체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와 라돈 측정기, 레이저 레벨기(수직·수평을 측정하는 기계) 등의 장비를 동원, 김씨가 입주할 집을 2시간가량 샅샅이 점검했다. 이 업체는 바닥 타일의 높낮이 차, 베란다 미닫이 문 닫힘 불량, 실리콘 미시공 등 92개의 하자를 찾아냈고, 건설사 앱에 하자 내용을 접수까지 해줬다. 김씨는 “입주 후 미처 몰랐던 하자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전문 업체를 썼더니 내가 봤으면 몰랐을 문제점까지 꼼꼼하게 찾아줘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실 시공과 하자 발생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축 단지에서 입주민 사전 점검을 대행해주는 전문 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입주 시작 45일 전까지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사전 점검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입주 예정자가 직접 하자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재 값 인상 등의 이유로 공사에 차질을 빚는 단지가 많고, 사전 점검 때 무더기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전문 업체를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사전 점검 전문 업체 소속 직원이 한 신축 아파트의 욕실에서 천장 점검구 내부를 열화상 카메라로 비춰보며 누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부실 시공 논란이 커지면서, 사전 점검 전문 업체를 불러 하자 여부를 확인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늘고 있다. /홈체크

전용 84㎡ 점검에 30만원대, 공동 구매도 성행

보통 사전 점검 대행 비용은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30만원대 정도다. 적잖은 비용이지만,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전문 장비를 동원해 확인해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레이저로 집의 바닥과 벽, 방문 등의 수평·수직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열화상 카메라로는 보일러 배관과 단열 상태, 누수 등을 조사한다. 라돈 수치와 실내 공기 질도 필수 체크 항목으로 꼽힌다. 추후에 하자 신청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수리가 완료됐는지 점검해주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가입한 커뮤니티에서 사전 점검 대행 서비스를 공동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전국 영업망을 갖춘 사전 점검 전문 업체는 3곳 정도이고,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30곳이 넘는다. 점검 인원만 약 1000명으로 규모가 가장 큰 업체인 ‘홈체크’는 설립 첫해인 2018년 매출이 4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68억원으로 뛰었다. 홈체크 관계자는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총 6만5000가구 정도를 점검했는데, 최근 점검 수요가 늘면서 올해에만 2만 가구 정도가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정 아파트 단지에서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 신청을 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시공사 “입주 예정자와 불필요한 갈등 조장” 난감

사전 점검 대행 업체의 인기는 시공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전 점검 대행 업체가 끼면서 입주 예정자와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다는 불만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점검 업체가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지적해 가구당 하자 보수 신청 건수가 평균 100건이 넘는다”며 “하자 접수를 처리하는 데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입주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가장 빠른 하자 보수법을 제시해도 업체 얘기만 듣고 무조건 다 뜯어고치라는 입주자도 있다”며 “업체가 중간에 끼면서 입주민과 불필요한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점검 업체를 찾는 수요를 겨냥해 전문 인력을 갖추지 않은 업체가 우후죽순식으로 개업, 엉터리 점검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사전 점검 업체 관계자는 “장비 몇 개만 갖추면 개업이 어렵지 않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자체에 ‘안전진단 전문기관’으로 등록돼 있거나, 점검 인력의 건축 관련 자격 여부를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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