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쓰던 김치도 기존엔 수입산을 사서 썼지만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지인들에게 김치 기부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씨는 “원래 연초면 냉장고가 꽉 차 있었는데, 요즘은 휑하다”며 “여유가 있으면 국에 고기도 얹어 끓여드리고, 고기반찬도 할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1993년부터 운영돼 온 토마스의 집은 지금도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 약 600명에게 주 5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부터 밥값 명목으로 200원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무료급식소다.
고령층과 노숙인 등의 한 끼를 책임져 온 무료급식소들이 존폐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식품 물가가 치솟고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급식소 운영비는 계속 증가한 반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후원금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무료급식소 전국 255곳이 운영을 종료했다. 순수 민간 기금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 현황은 별도로 집계도 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무료급식소인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도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골머리를 앓는 건 마찬가지다. 고영배(53) 사회복지원각 사무국장은 “수입산 김치가 작년 1만 1000~2000원 하던 게 지금 1만 7000원 한다. 채소도 작년보다 20~30%씩은 오른 것 같다”며 “후원금이 줄진 않았지만, 하루에 10만원씩 해서 한 달에 300만원 정도 (식비가) 올랐다”고 말했다.
문을 닫는 무료급식소들이 늘면서 노인들 사이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유쾌한무료급식소 앞에서 만난 김용순(72)씨는 “(급식소가 없어지면) 굶어 죽으라는 거다. 달리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동의 한 아침 무료급식소 앞에서 만난 70대 박모 씨는 “어떤 급식소는 원래 밥을 먹고 빵이나 사과 같은 간식 대여섯개를 줬는데, 어느 날부터 ‘후원금이 안 들어온다’며 간식을 줄였다”며 “이해하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