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왜 (진화를) 못하게 하는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이후 갑자기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젠더갈등’이 촉발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잔불 정리 등 작업을 위해 남성 공무원들만 비상근무를 소집한 일이 알려지면서다. 산불은 인력과 단비로 꺼졌지만, 피어오른 공무원 사회 내 ‘성 불평등’ 불만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북악산·인왕산, 충남 홍성과 대전 등 전국에선 3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충남 홍성의 경우 축구장 2000개 면적보다 넓은 산림 1454ha(헥타르)가 피해를 봤고, 서울 인왕산은 축구장 20여개 면적에 달하는 15ha(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각지에서 소방·군·관할구청 등 공무원들이 투입됐고, 지난 4일부터 전국적으로 내린 비 등으로 인해 산불은 완진됐다.
이를 두고 해당 지자체가 개인의 건강상태나 질병여부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성별로 산불 대응 인력을 지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블라인드 등에선 “남자 공무원은 공노비, 여자는 공주님이 된다는데 맞나”거나 “남자만 (비상소집에) 차출하는 관행을 유지하는 지자체가 많다”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자꾸 왜 이런 일을 만들어서 공무원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고, 남녀 싸움을 붙이나”는 비판 의견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지자체 여성 공무원은 14만5379명으로 전체(30만1930명)에서 48.1%를 차지했다. 한 30대 남성 공무원은 “이번 산불의 경우 (지자체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 쌓여왔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같다”며 “숙직의 경우에도 아직 남성 위주로 운용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여성 공무원 사이에선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을 ‘배려’랍시고 못 하게 하는 건 오히려 소외감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