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퀴어축제 막은 서울시, 시청 토론회도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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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5. 오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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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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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전에 신고한 내용과 달라”
지난해 7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서울광장에서 열지 못하도록 최종적으로 결정한 서울시가 이번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토론회를 열기 위해 신청한 시민청 대관을 승인했다 ‘행사 내용’이 달라졌단 이유로 이를 번복했다.

조직위는 15일 “시민청으로부터 19일 예정된 토론회 대관 취소를 지난 12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조직위가 시민청에서 개최하려던 토론회는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이었다. 퀴어문화축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사임에도, 극우·보수 기독교 단체와 행정기관(정부·지방자치단체)이 공공장소에서 이를 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관 취소 사유에 대해 “지난달 조직위가 낸 신청서에는 ‘전국 비영리 민간 축제 사례 발표’가 행사 내용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홍보물을 보니 퀴어문화축제를 조명하는 내용이었다”며 “허가 후 신청서 기재 사실이 허위로 밝혀지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시민청 대관 운영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가 지난달 15일 대관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할 당시 행사명은 ‘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시민의 힘’으로 행사 내용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안산 거리극 축제 등 ‘전국 비영리 민간 축제 사례 발표’였다. 조직위는 이달 9일 토론회 발표자 섭외를 끝낸 뒤 행사명을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으로 바꿔 공지했다.

그러나 양은석 조직위 사무국장은 “신청서 행사 내용과 예정된 토론회 내용엔 실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 행사 기획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퀴어문화축제를 행정기관과 일부 기독교 단체는 왜 문화·예술 행사로 보지 않는지를 다른 (비영리 민간) 문화·예술 행사와 비교하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또 “시민청 (대관) 담당자가 통화에서 토론회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 뒤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시는 ‘담당자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조직위는 오는 6월 국외 퀴어 퍼레이드(행진)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국제 강연을 위해 지난달 중순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 대관을 신청했으나, 센터는 4일 대관 운영규정 제8조 2항 2호를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해당 조항엔 ‘정치적 이슈로 첨예한 갈등을 유발하는 주제의 행사로 공간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행사’가 대관 승인 거부 사유로 명시돼 있다.

조직위는 “한국 사회에선 성소수자가 공공장소를 점유하는 것조차 거창하고 힘겨운 투쟁이라는 걸 다시 목격하고 있다”며 이달 19일 토론회와 6월 국제 강연은 장소를 바꿔 예정대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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