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익은 사람 아냐” “말 걸고 XX”…노동부 산하기관 맞아?[국감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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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16.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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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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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은 물건이야. 사람 아니야. 너무 잘해주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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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지역 지사의 한 직원이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과 친근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부장 A씨에게 들은 말이다. A씨는 평소 다른 직원들을 두고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대학을 나왔다” 등 험담을 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습관적으로 폭언을 했다. 부하 직원들은 결국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기관에 신고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서조차 직장 내 괴롭힘 등이 계속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부터 공무원 사회 공직기강과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은 한 지역 지사 부장 A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 사유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A씨의 폭언·괴롭힘은 2019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이어졌다. 사회복무요원의 험담은 물론, 부하 직원이 없을 때 다른 직원들이 다 들리도록 “듣보잡 대학 나왔다. 인서울(서울 내) 대학도 안 나온 게” 등 흉을 봤다. 여성 직원을 두고는 “남편이 능력이 없어서 회사 다니는 것”이라고 하고, 계약직인 일자리심사원을 두고는 “저것들, 내가 내년에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상대로도 폭언과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한 직원이 전 부장의 인사이동을 슬퍼했다는 이유로 “너 B 부장 간다고 울고 XX을 했다며”라며 “왜 XX이야, 그렇게 좋으면 따라가든가”라고 했다. 2019년 9월 한 직원과 업무 관련 대화를 하다가 “마음대로 해, 나한테 묻지 말고, 나한테 갖고 오지 마” “너랑 말하고 싶지도 않고, 니 마음대로 해, 너 잘났으니까, 말 걸지 마, 재수 없게 말 걸고 XX이야”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감사기간 중 초과근무를 하겠다는 직원에게는 “일 못하는 것들이 초과근무 하는 것”이라고 해당 직원의 후배 앞에서 면박을 주고, 해당 직원이 우수직원 추천을 받자 “한 게 뭐 있다고 상을 받느냐”고 했다. 경리 직원에게 스캔을 맡기면서 “야, 너 이런 거 잘 하잖아. 스캔해 와”라고 했다.

직원들을 감시·통제하려고도 했다. A씨는 한 직원이 지사장과 면담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폐쇄회로(CC)TV로 누구인지 확인해봐야겠네”라고 말하고, 부속실 관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어떤 이야기로 면담하고 있는지 물었다.

A씨는 감사심의위원회에 발언 다수를 부정하거나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심의위원회는 “동료직원 다수의 일치된 진술과 녹취파일을 통해 폭언, 비방, 험담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만장일치로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듣보잡 대학” 발언과 ‘CCTV 확인’ 발언은 “혼잣말이라 해도 부서장으로서 부적절한 언어표현”이라고 했다. 자신의 자전거 사고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겠다며 절차를 위반해 CCTV를 무단 열람한 것도 “중대사안”이라고 봤다.

감사심의위원회는 “A씨는 부장으로서 항상 언행에 유의하고 수직적·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 및 직장 내 괴롭힘 없는 근무환경 조성, 바람직한 양성평등 조직문화 실현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위에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업무시간 중 여러 직원들이 있는 사무공간 등에서 반말·막말·욕설·폭언 등을 함으로써 대상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은 고의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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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산재병원에서는 코로나19 시기에 ‘단체 내기 고스톱’을 친 사례도 적발됐다. 근로복지공단 중앙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서를 보면, 공단 산하 한 산재병원에서는 2020년 2~6월 간호사 8~9명이 참여하는 ‘화투판’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내기 고스톱은 2019년쯤부터 시작됐는데, 이 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1차 지정된 2020년 2월29일~4월28일 사이에도 이어졌다.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에 응급실에서 주로 내기 고스톱을 벌였다.

중앙인사위원회는 내기 고스톱을 주도한 간호사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중앙인사위원회는 “행위 빈도가 높지 않고 현물거래도 소액이었다”면서도 “사회 통념상 특히 병원 응급실에서 허용될 수 있는 단순 오락행위로 보기 어렵고 명백한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조직문화 개선을 담당하는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이 같은 부적절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는 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노동부 산하기관부터 모범을 보여야 다른 기업들의 조직문화 병폐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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