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사랑해" 마지막 인사…'日선박 전복' 한국 선원 2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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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1. 오후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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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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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재 해운해사 선박 지난 20일 日 해상서 전복
21일 오전 선체서 1명 추가 구조…한국인 선장으로 확인
선사 측 "출항 후 기상 급격히 악화…회항 어려워 정박 결정"
선장 아내 사고 당일 오전 "여보 사랑해" 마지막 문자 받아
유가족들 "구조 힘써준 일본 해경과 정부 관계자 등에 감사"
선박 전복사고로 숨진 60대 선장의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마지막으로 받은 문자. 정혜린 기자

일본 해상에서 전복된 선박에 타고 있던 선장 등 한국인 2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부산 동구에 소재를 둔 선사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구조된 1명의 신원이 선장 A(60·남)씨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 승선원 2명은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선장 A씨는 이날 오전 수색 과정에서 선체 안에서 이미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우리나라 승선원인 기관장은 전날 구조됐으나 숨졌다.

이날 선사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해선 파악이 어렵다면서도 사고 당시 기상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사 관계자는 "출항할 당시나 기상 예보 상으로는 선박 항해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며 "출항해 보니 파도가 매우 심한 상황이었고, 절반쯤 못 와서 안전을 위해 정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선박은 지난 18일 오후 일본 히메지항을 출발해 울산으로 향하다 기상 악화로 20일 오전 2시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돼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기상이 안 좋은 상황에선 항구로 되돌아오는 게 더 위험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정박지를 찾아야 한다"며 "출항 후엔 선장이 기상 상황 보고 현장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당시에 정박을 하기로 판단했고 회사와도 논의한 뒤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박할 수 있는 곳이 지정되어 있는 만큼 일본 해상보안청에도 이를 알린 뒤 통지 받은 곳에 정박했다는 게 선사 측 설명이다.
 
한편 한국인 선원 유족들은 이날 사무실 내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서 회사와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등 면담을 진행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장 A씨의 아내는 "사고 전날에 '내일 밤에 잠시 부산에 간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 후에 이미 배가 기울기 시작한 7시 30분쯤 '여보 사랑해'라고 문자가 왔다. 그게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당시 상황을 몰랐던 A씨 아내는 '사랑한다'고 답장을 했지만, A씨는 해당 문자를 확인하고도 그 뒤로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지난 20일 일본 해상에서 전복된 한국 선적이 소속된 해운회사 사무실. 정혜린 기자

그는 "남편은 평소에도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선장으로서 선원들 다 내보내고 끝까지 배를 지킨 뒤 마지막으로 탈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고,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편이었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구조에 힘써준 일본 정부 등에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인 기관장의 동생은 "이번 사고 구조와 수습을 위해 힘 써주신 일본 해경과 정부 관계자, 선사 직원들에게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위해 힘쓰시다 선체에서 발견된 선장님께도 경의를 표하는 바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일 오전 7시쯤 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 앞바다에서 한국 선적 화학제품 운반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선원 11명 가운데 한국인 선원 2명을 포함해 9명이 숨졌으며, 1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한편 선사 측은 현지에 직원 2명을 파견하고, 유족과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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