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라비·배구 선수 조재성·배우 송덕호·전 대형로펌 변호사 등 병역비리 137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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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13. 오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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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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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 진단을 위한 맞춤형 병역면탈 시나리오 만들어 범행
래퍼 나플라 사회복무요원 근무 둘러싼 공무원 비리 혐의도 포착
병무청, 병역면탈 예방대책 수립…연예인·체육선수, 일정기간 추적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브리핑룸에서 구상엽 1차장검사가 병역면탈 및 병무비리 사건 관련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 배우 송덕호(30·본명 김정현), 대형로펌 변호사 등 병역면탈사범 13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 뇌전증 진단을 위한 맞춤형 병역면탈 시나리오를 만들어 범행을 주도한 브로커 2명, 사회복무요원이 병역을 제대로 이행한 것처럼 출근부 등을 조작한 공무원 5명, 병역면탈자 109명과 공범 21명이다.

브로커 구모(47)씨와 김모(38)씨,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와 그의 출근부를 조작한 공무원 등 7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13일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와 관련해 브로커 구씨와 김씨, 라비, 조씨, 송씨 등 130명을 기소하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약 3개월 만이다.

의뢰인 108명에 브로커와 계약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목격자로 행세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면탈자의 가족·지인 20명이 포함됐다. 공범 중에는 한의사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도 있다.

브로커 2명과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한 병역 면탈자 2명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브로커와 공모해 발작 등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구씨와 김씨는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한 뒤 허위로 보호자·목격자 행세를 하면서 1∼2년에 걸쳐 진료기록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씨는 13억8천387만원, 김씨는 2억1천760만원을 각각 의뢰인으로부터 챙겼다. 검찰은 범죄수익 약 16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그래픽] '뇌전증 환자 위장' 병역 비리 개요


구씨는 지난해 12월, 김씨는 지난 1월 구속기소돼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병무청은 뇌전증 이외의 문제로 이들 브로커와 계약한 의뢰인, 최근 수년간 뇌전증으로 병역을 감면받은 병역 의무자를 점검할 계획이다.

구씨의 뇌전증 병역비리 수사 과정에서 래퍼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둘러싼 공무원들 비리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나플라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담당관 강모(58)씨,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염모(58)씨 등 3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37)씨와 다른 공무원 3명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구씨도 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나플라의 출근기록 등을 허위로 꾸며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자 김씨와 함께 구씨에게 의뢰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했다.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속이고 병무용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지는 않았다.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141일 동안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복무상황부를 조작했다. 그러면서 나플라가 정상 출근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적응하기 어려워 잦은 지각과 조퇴·병가 불가피했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겼다.

이들은 이같은 기록을 토대로 복무 부적합자 소집해제 신청서와 사실조사 결과보고서 등을 작성해 조기 소집해제 절차를 밟았으나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과 병무청은 서초구청 소속 다른 사회복무요원의 관리 실태도 점검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나플라는 2018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우승한 래퍼다. 라비가 공동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그루블린에 소속돼 있다.



한편 병무청은 이날 검찰이 발표한 허위 뇌전증 병역면탈·비리 혐의자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병역면탈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은 뇌전증을 포함해 판정검사를 더 정밀하게 하고,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이번 수사에서 면탈 사례가 대거 적발된 뇌전증에 대해서는 대한뇌전증학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체등급 판정 기준을 보완하기로 했다.

뇌전증 환자 가운데 30~40%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경우 병무 당국은 소변검사에서 나타난 약물농도 등을 근거로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뇌전증 환자들은 이러한 한계를 노려 가짜 환자 행세를 한다든가 검사 직전에만 약물을 복용, 소변검사에 대비했다.

앞으로 병무청은 최종 뇌전증 판정까지 과정을 현재의 '1년 후 추가 1회 검사'에서 '6개월 주기 2회 검사'로 늘리고 혈중 약물농도검사를 추가해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병무청은 뇌전증 감시가 강화되면 다른 질환으로 면탈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 병역면탈 시도가 있거나 4~6급 판정이 단기간에 증가한 질환은 '중점관리 대상질환'으로 추가 선정하고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대상자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신체등급을 최종 판정하기로 했다.

최근 면제자에 대한 일제 사후 추적과 함께 병역면탈 통합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올해는 1단계로 병역면탈 의심자 데이터 추적관리를 고도화해 병역이행 단계별, 질병별, 의사별, 지역별 이상 징후를 분석해서 '요주의' 요인을 식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면제율이 나타나는 의사, 질환, 지역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탈 의심 정황이 제기된 면제자에 대해 후속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지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뇌전증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등을 고려해 과거 7년간 면제자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단계로 병역면탈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4~6급 판정자의 자격·면허 취득 정보, 범죄 이력, 취업 이력, 병역처분 변경 신청이력 등 추가 정보로 종합 분석해 면탈 시도가 의심되는 인원을 조기에 파악할 방침이다.

또, 4~6급 처분을 받은 연예인·체육선수 등 병적 별도 관리 대상은 의사·법조인등 전문가가 참여해 병역 이행 과정을 검증하고, 병역 처분 후에도 병원 진료·취업·사회활동 등 개인 이력을 일정 기간 추적하기로 했다.

사후 추적 기간은 2~3년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역면탈 조장 정보 게시자, 병역 기피·감면 목적 도망자 등도 병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직무 범위에 포함해 수사할 수 있도록 '병역법'과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하고, 온라인에서 병역비리 조장 정보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병무청 특사경과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점검하는 복무지도관 증원 노력도 계속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재 40명인 병무청 특사경을 증원해 과 1개를 신설하고 복무지도관을 늘려 1인당 관리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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