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위’ 뺏기고 주가 ‘뚝’, 소비자 ‘손절’까지…위기의 교촌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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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29.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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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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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성장성 한계에 주가 하락세
업계 1위 기록하던 매출액도 bhc에 밀려
별도 법인 지사 운영, 본사-지사-가맹점 시스템
교촌치킨이 다음달 3일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그냥 가격 5만원까지 올려라. 사람들이 교촌치킨을 아예 잊을 수 있게.” “가맹점주들만 죽어나겠네. 가격 올라서 장사는 장사대로 안되고 본사만 돈 벌겠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교촌치킨이 다음달 3일부터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올리겠다는 인상안을 내놓자 하나 둘 ‘교촌 손절’에 나서고 있다.

회사 안팎으로 가격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지만, 내부 사정은 더 악화일로다. 프랜차이즈 업계 직상장 1호 타이틀을 따낸 것도 잠시, 주가는 연이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장기간 지키게 해 준 매출액도 지난해 bhc에 밀리며 2위가 됐다. 

화려한 상장 뒤 하락세…“지사 운영 통한 또다른 마진”

28일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코스피 입성하며 상장 이튿날 최고가 3만895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6%가량이 하락한 셈이다. 3만원대에서 하회하기 시작한 주가는 2년이 넘도록 일부 등락이 있었지만,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진한 수익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본격화됐다. 교촌에프앤비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감소세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9%가 떨어지더니 2분기에는 87%, 3분기에는 80%로 크게 하락하고, 4분기에는 영업이익-36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외형 성장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교촌에프앤비는 3분기 매출 1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고, 4분기에는 1289억원으로 0.6%가 감소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오르면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1위’라는 타이틀도 뺏겼다. 종전의 1위 교촌치킨, 2위 bhc치킨, 3위 BBQ치킨 순서가 1위 bhc치킨, 2위 교촌치킨, 3위 BBQ치킨으로 바뀌면서 1,2위 순위가 바뀐 것이다. 

bhc치킨은 지난해 연간 매출 개별기준으로 5075억원을 기록하며 교촌치킨 개별기준 4989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순위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매장 수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bhc매출액이 큰 것일 뿐”이라며 “매장별 매출액을 따지면 교촌이 1등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bhc치킨 매장은 1770여개, 교촌치킨은 136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 상황도 어렵지만, 가격 인상으로 외부 시선도 따갑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가 하락했다며 다음달 3일부터 일부 품목별로 최소 500원부터 최대 3000원까지 인상안을 발표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가맹점 수익 구조가 수년간 악화돼 부득이하게 이번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외에 교촌치킨의 운영 시스템도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bhc나 BBQ와 달리 교촌치킨은 지역별로 지사를 운영하며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본사 측에서 가맹점주에 바로 재료를 공급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타 법인사인 지사와 가맹점주와의 거래에서 또 다른 마진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지사가 아닌 별도 법인의 지사가 있는 경우에는 결국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에 한 단계 과정이 더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에게는 이중 부담이 부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지사 운영은 효율적 관리 차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전국 여러 지역에 퍼진 가맹점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지사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본사와 가맹점주가 부담을 나누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비용이 추가되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한편 이런 상황에 지난해 12월 경영진으로 복귀한 교촌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권 회장은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으나, 최근 대내외적 경영위기가 심화되자 경영으로 복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은 HMR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제맥주 등을 개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을 만큼 현재 치킨 시장에서는 성장의 한계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더욱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 돌파구 고심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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