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판’으로 채팅 내용 조작… 지인 성범죄자로 신고한 20대 여성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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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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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윤예원 기자

채팅 내용을 그림판으로 조작해 지인을 성범죄 혐의로 신고한 여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이광영 판사는 지난 17일 모해위증, 증거위조, 위조증거사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1월쯤 지인인 남성 B씨를 성범죄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마음먹고 경찰에 제출할 증거자료로 네이트온 쪽지를 위조했다.

A씨는 인터넷에서 네이트온 쪽지 이미지를 내려받은 후 ‘보낸 사람’란에 B씨의 이름을, ‘받는 사람’란에는 본인의 이름을 적고, 메시지 시점을 A씨가 아직 청소년이었던 2009년으로 설정했다. 메시지 내용에는 ‘내가 어제 너 침대에서 껴안은 것 때문에 많이 화났어? 그거 너 귀여워서 그런 거야ㅋㅋㅋ... 내가 너무 세게 껴안았나..’라고 기재하고 이미지를 저장했다.

A씨는 이후 해당 이미지를 출력해 2019년 1월 천안 동남경찰서에 제출했다.

결국 B씨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청소년강간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A씨는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선서를 한 후 ‘증인은 본건 다음날 쪽지를 받은 게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더불어 “이란에서 있었던 일이냐” “이란에서 인쇄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이란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그러나 A씨의 증언은 모두 조작된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판명됐다. A씨 변호인은 A씨가 실제로 B씨로부터 과거 해당 내용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받았다는 쪽지와 동일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씨 측은 또한 과거 비슷한 판례를 가져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없는 쪽지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사안이 다르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모해할 목적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형법에 따르면 모해위증죄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법정에서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해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부는 “모해위증죄에서 ‘모해할 목적’이란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불리하게 할 목적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 진술의 범위에 대해서는 “공소 범죄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사실은 물론,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만약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 피고인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사실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 대해 제출한 자료로 B씨가 불리해질 것을 인식하면서도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보고 모해위증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지난 22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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