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뜯었는지 모를 한우 세트…결국 ‘문앞 배송’한 택배기사가 배상

입력
기사원문
박아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농촌 단독주택 문앞에 약 20만원 한우 세트 배송
밤새 택배 훼손돼 절반 사라져
택배 회사는 “책임 없어”...기사가 배상
동물이 뜯어 물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세트. 연합뉴스


단독주택 문앞에 배송된 한우 선물세트가 밤새 정체 모를 동물에 의해 훼손됐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만원에 달하는 이 한우 세트를 결국 택배기사가 배상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연합뉴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전남 구례에 사는 60대 A씨의 단독주택 문앞에 2일 오후 8시28분쯤 명절용 한우 선물 세트가 놓였다. 이를 배송한 택배기사는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낸 뒤 떠났다.

당시 A씨는 집에 있었지만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고, 다음날 오전 7시쯤 집을 나설 때 선물 세트를 발견했다.

하지만 선물 세트가 훼손돼 한우 4팩 중 2팩이 사라진 상태였다. A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선물 세트의 겉 포장지와 스티로폼 박스가 여기저기 뜯겨 있다.

A씨는 평소 집 주변에 길고양이가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길고양이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다만 농촌인 만큼 너구리·오소리·들개 등 다른 동물이 뜯어 가져갔을 가능성도 크다.

A씨는 우선 택배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고 배상을 문의했다. 그러나 회사는 표준약관 등 법률 검토 끝에 책임이 없다고 답변했다.

택배 회사 관계자는 “이런 경우 최종 배송에 책임이 있는 배송기사들이 배상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이 있는데 정해진 위치에 배송하거나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 임의 배송을 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만약 문앞이나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서 그곳에 배송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 당연히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런 시골은 보통 고객과 협의해 배송 장소를 지정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택배기사는 이를 ‘배달 사고’로 처리한 뒤 A씨에게 배상했다. 해당 선물 세트의 가격은 약 2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처음엔 택배 회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배상을 요구했지만 비대면 배달이 원칙이 된 지금은 누굴 탓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택배기사가 배상해줘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택배기사의 책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택배기사는 제대로 배송했을 뿐인데 20만원 배상하게 된다니 황당할 것 같다” “고객이 문자를 받고 바로 들여놨어야 했다” “동물들이 마당에 드나드는 걸 알았다면 택배함을 설치했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