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여파로 저녁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들이 늘면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손님들)과 일반 손님 사이 갈등이 불붙었다. 식당·주점이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술 대신 커피를 찾는 직장인들이 많아져서다. 카공족들은 '직장인 소음'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손님들은 카페 본래의 목적이 공부가 아니라고 맞선다.
4단계로 도서관 닫히자 '야외 모임'까지…공부 위해 카페 찾는 취준생들
이날 서울 마포구·광진구·중구 등 카페 7곳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이 "4단계가 시행되면서 밤 6시 이후 직장인·중장년층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12일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부터 인근 주점·식당 등이 문을 닫으며 모임을 카페에서 갖는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저녁시간에 술 대신 커피로 '가벼운 모임'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 중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1)는 "인근에 회사들이 많지만 4단계 시행 이전에는 저녁 시간 직장인 손님은 적었다"며 "4단계 이후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로 가볍게 저녁 모임을 갖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격증·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카공족'에게는 달갑지 않은 문화다. 손님이 늘어 자리 확보도 어려워진 데다 대화 소리가 커져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생 사이에서도 카페는 '공부하는 장소'로 인기가 높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5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취업준비나 공부할 때 대학생이 선호하는 장소 1위에 '카페'(42.5%)가 올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설문조사에서도 '카공' 경험이 있는 대학생은 87%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씨(26)는 "4단계 이후 대학 도서관 운영이 중단됐고 스터디카페나 열람실은 자리가 없어 한참 기다려야 한다"며 "하반기 면접과 자격증 준비하려면 카페 외에는 장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일부 취준생 중에는 야외에서 스터디 모임을 가지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카페는 카공족 많으면 손해"…커피 1잔·3시간 공부는 자제해야
카페 업주나 일반 손님 입장에서는 '카공족'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카페가 공부 시설이 아닐 뿐더러 4단계 모임제한으로 영업 중인 가게가 크게 줄면서 일반 손님들도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규모 카페는 오랜 시간 머무는 카공족이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4~5 테이블 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7)는 "카페가 작아 한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는데 1명의 손님이 테이블 하나를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한다"며 "'다른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항의하면 '여기가 도서관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는 "카페 입장에서는 아메리카노 1잔 가격을 고려하면 1잔을 시켜놓고 2~3시간 넘게 머무는 카공족이 달갑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손님을 차별할 수는 없겠지만 회전율이나 전기료를 고려하면 일정부분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