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동료 "배에선 구명조끼 입는게 정상…추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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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5. 오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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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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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공무원' 서해어업관리단 동료 인터뷰
"선미서 혼자 담배 피우다 추락했을 수도…"
"늦둥이 8살 딸 예뻐해…전화통화 자주했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군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4일 조사에 나선 인천해양경찰서가 이씨가 탔던 무궁화 10호 선미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원양어선 선장 출신…무모한 짓 했겠나"
"혼자 선미(배 뒷부분)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보트를 점검하다가 추락했을 수도 있다. 전에도 한 명이 보트를 점검하다 추락사한 적이 있다."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에 근무하는 A씨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절 때 저랑 같이 당직을 서기로 했다.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후 북측에 피격돼 사망한 서해어업관리단 동료 이모(47)씨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이씨가) 원래 원양어선 선장을 했다"며 "(바다에서) 30시간 이상 버티면서까지 무모한 짓을 했을까 싶다"고 했다. '이씨가 평상시 북한 얘기를 한 적이 있냐'고 묻자 "전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머니가 치매가 있어서 전남의 한 병원에 계시는 것으로 안다. 어머니 걱정을 많이 해서 병원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둥이 8살짜리 딸을 무척 예뻐했다"며 "통화도 자주 하고, 영상 통화를 하는 것도 봤다"고 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모(47)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4일 오후 해경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뉴스1]
-평소 이씨는 어땠나.
"말수가 없고 내성적이지만, 직원들과 잘 어울렸다. 업무도 성실했다. (중국 불법 어선 등) 단속할 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서로 마지막 연락은.
"사고 열흘 전쯤 통화했다. 명절 때 같이 당직을 서기로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월북에 대해) 아무 언질도 없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소식을 들은 후 느낌은.
"당시 라이프재킷(구명조끼)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배에서는 그걸 입는 게 정상이다. 또 그 친구는 평소 담배를 피운다. 직원들은 보통 담배를 피울 때 선미(배 뒷부분)나 보트 뒤쪽으로 가서 많이 피운다. 담뱃불(꽁초)을 옆에서 던지면 배에 다시 들어올 수 있어서다. 이씨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선미는 직원들이 담배 피우고 잠깐 휴식하는 공간이다."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씨는) 원양어선 선장 출신이다. 지금은 (바닷물) 온도가 차서 오랫동안 못 견디는데 그렇게 먼 거리에서 북으로 넘어가려 했을지 의문이다. (바다에서) 30시간 이상 표류하면서 버텼다고 하면 대단한 건데,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싶다."

청와대의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대응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평소 북한 얘기를 한 적이 있나.
"전혀 없다. 어머니 걱정을 많이 해서 병원에 자주 갔던 만큼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다. 이씨는 5남 2녀 중 넷째로 아는데, 사업을 하는 형님도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자녀도 있을 텐데.
"8살짜리 딸이 하나 있고, 18살짜리 아들이 있다. 늦둥이 딸을 무척 예뻐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들한테 돈을 빌렸다'는 얘기가 있다.
"돈을 빌렸으면 친한 나한테도 요청했을 텐데 적어도 나한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이씨가 일하던 부서는.
"이씨는 서해어업관리단에서 8년쯤 일했는데 최근엔 무궁화 13호에 있다가 무궁화 10호로 왔다. 한 부서에서 3년 넘게 있으면 순환 근무를 한다. 이번 사고는 9월 인사 발령 후 첫 출동 때 발생했다."

24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원양어선 선장을 하다 공무원이 된 경력이 독특한데.
"어업관리단에는 원양어선 선장이나 기관장 출신을 특별채용하는 절차가 있다. 바다에서 선장을 하던 이씨는 육상에 정착하기 위해 어업관리단에 온 것으로 안다. 어업관리단 업무 또한 선장·기관사 경력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목포=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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