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수만 명이 '난자 냉동'에 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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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한국의 'jib-saram(집사람)' 표현 주목
일하는 30대 여성이 70%, 호칭은 '집사람'?
변화 만들어가는 개척자들 사례 모아 소개
육아 소외된 남성들, 뉴스레터로 고충 공유
복지 배제된 비혼 여성, DIY 가족으로 극복
커리어·출산 놓치지 않으려 난자 냉동까지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리는 시간이죠. '앉아서 세계 속으로'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첫 소식은 어떤 건가요?

◆ 박수정>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데 외국에는 없는 그런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재벌(Chaebol), 먹방(Mukbang), 애교(Aegyo) 이런 단어인데요. 한 단어가 더 추가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집사람(Jib-Saram)'이라는 단어인데요. 워싱턴 포스트는 이 단어가 한국 사회의 아내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까 사회에서 기대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한국의 뿌리 깊은 견해는 집사람이라는 한국어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졌지만, 여성의 직업적 열망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여성들은 집사람이 될 것을 기대받는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 채선아> 이게 외국인들 눈에는 딱 보이나 보네요.


◆ 박수정> 우리한텐 집사람이란 단어가 익숙하잖아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9.2%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는데도 집사람이라는 용어가 남아있다는 것만 봐도 한국의 사회적인 성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을 이 용어를 통해 지적한 겁니다.

◆ 조석영> 요즘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바깥사람인 동시에 집사람까지 돼야 하는 상황인 거죠. 요즘 해외 언론에서 한국 저출산과 관련된 문제나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정말 엄청나게 다뤄요.

◆ 박수정> 마치 불구경하듯이 다루고 있죠. 다만 워싱턴포스트의 이 기사는 단순히 한국의 문제 상황을 지적하는 기사는 아니고요.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른바 개척자들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입니다.

헤드라인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엄격한 성별 규범을 따르는 나라인데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 기사를 쓴 미셸 리 기자는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미국에서 자란 워싱턴포스트의 특파원인데요. 특파원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보니 한국은 유독 성별에 따라서 정해진 역할이 강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이런 성별 규범을 깨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면서 세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 채선아> 첫 번째 사례부터 볼까요?

◆ 박수정> 육아 휴직한 아버지들의 모임인 '선데이 파더스 클럽'입니다. 이 모임을 시작한 39세 손현 씨가 IT 기업에 재직 중인 분인데 본인 회사에서 최초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이었대요. 우리나라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5% 정도 된다고 하거든요. 여성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데요.

손현 씨가 선데이 파더스 클럽을 왜 만들게 됐냐, 육아를 전담하는 아버지가 되어 보니까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더라는 거예요. 놀이터에 가도 아버지가 한 명도 없어서 뭔가 서로 고충과 이런 팁을 나눌 수 있는 아버지들, 육아하는 아버지들을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5명의 아버지를 모았대요. 그래서 그 5명이 일요일마다 돌아가면서 아버지의 육아 일기를 연재하는 뉴스레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한 1,800여 명이 넘는 구독자, 육아 동지 아버지들이 모인 상황이라고 하거든요.

◇ 채선아> 다들 외로웠나 봐요. 육아 동지 아버지들이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박수정> 이 아버지들의 다짐 글이 뭐냐면요. '각자의 아내들에게 육아 일기 쓸 시간에 육아나 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야 한다.'입니다. 뉴스레터 쓰는 시간에 육아나 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게 목표라는 거죠. 우리가 육아를 전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일이 별로 없잖아요. 어떤 고충들이 있는지 살펴보면요.

일단 모든 육아 관련된 문구가 엄마를 기준으로 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유식 업체에서 오는 문자에서도 '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고, 아기용 물티슈에 적힌 문구조차도 '엄마 힘내요. 엄마를 응원합니다.' 이렇게 되어 있고, 백화점 문화센터에 갔는데 다 '엄마랑 아기랑' 수업밖에 없어서 들을 수가 없었대요. 그리고 아이가 보는 그림책에서조차 아빠는 사자나 곰, 기린보다 비중이 더 적다고 고충을 공유했습니다. 대한민국 육아의 세계에서 아빠라는 존재가 소수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합니다.


◆ 조석영> 육아의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잖아요. 반면에 육아를 자녀와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권리로 접근하면 그 권리로부터도 남성들이 배제돼 있는 거거든요. 육아휴직 쓰기 어려운 환경에 남성들이 놓여 있는 환경을 바꿔야 책임도 권리도 나눌 수 있는 거죠.

◆ 박수정> 손현 씨에 따르면 본인의 직장에서 남성들이 '쟤는 괜히 일하기 싫어서 휴직을 낸다'는 낙인이 찍힐까 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죠. 본인의 경우에는 아내도 육아휴직을 다 쓰고 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즉 다른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육아휴직 하는 동안 자신이 부모 중에 육아에 더 많이 기여하는 주 양육자가 되어 보니까 너무 좋았다고 표현합니다. 이후에 회사로 복직한 후에도 아이를 혼자 보게 되는 상황이 있을 때마다 훨씬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거죠. 동시에 여성의 커리어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잘 인지하게 되면서 당연히 자신이 이 배턴을 이어받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 조석영> 자기가 해봐야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 수 있고, 자기가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봐야 여성들이 왜 경력 단절을 고민하는지 느낄 테니까요.

◇ 채선아> 부부가 서로 육아 동지로서 전우애도 느낄 것 같아요. 두 번째 사례로 가볼까요?


◆ 박수정> 바로 'DIY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3명의 70세 동갑 친구들 이경옥, 이혜옥, 심재식 씨입니다.

◇ 채선아> DIY라고 하면 보통 우리가 조립을 스스로 해야 하는 어떤 가구 같은 거 주문할 때 보는 단어잖아요,

◆ 박수정> DIY, Do It Yourself의 줄임말인데 직역하면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해라' 이런 뜻이에요. 'DIY 가족'이라고 하면 사회의 규범대로 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셀프로 만든 가족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3명의 동갑 여성은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가족을 이루어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기사의 표현을 인용해서 말씀드리자면, '70세인 그녀들은 늙어가는 남편이나 손자를 돌봐야 하는 대부분의 그 나이대 한국 여성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삶을 그들 마음대로 살고 있다'고 표현하거든요. 이분들이 결혼을 한 번도 안 하셨고요. 요즘은 사실 비혼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잖아요. 그 비혼의 개념이 없을 때부터 비혼을 실천하시던 분들입니다.

◇ 채선아> 그 단어가 없으니 얼마나 설명하기 힘드셨을까요.


◆ 박수정> 그 고충을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때는 결혼 안 한 여자를 되게 이상하고 불쌍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나의 선택이었고, 지금 돌아보니까 우리가 유행에 앞서 있었던 걸로 밝혀졌다.' 실제로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가사 노동 연령이 84세까지 간다고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이분들이 나는 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인터뷰하신 거죠.

세 분이 처음부터 같이 사셨던 건 아니고요. 그냥 친구였는데 우리 같이 가족을 이루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대요. 나이가 들다 보면 여러 복지 제도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복지 정책이나 문화 정책들이 대부분 결혼한 부부 혹은 가족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나 집을 구할 때 대출을 받거나 할 때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비혼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이런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하십니다. 독립적으로 지내면서도 또 의지할 땐 의지하고, 그렇게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서로 가사 노동도 잘 분담하신다고 하고요. 이 기사에서는 어떻게 예측하냐면 현재 한국의 30~40대들이 이 세 분이 주도한 유행을 따라 하게 될 거라고 말해요.

◇ 채선아> 예전에는 그런 얘기 들으셨을 거 아니에요. '비혼 하면 나이 들어서 외로워, 혼자 어떻게 살려고 그래, 손주도 안 보고 싶냐?' 라면서.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답게 살고 계신 것 같네요.

◆ 박수정> 세 번째 사례는 출산과 일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난자를 냉동한, 그리고 그 과정을 유튜브로 공유한 43세 연구원 구은경 씨입니다. 43세 여성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을 말 중의 하나가 '너 결혼은 언제 하니, 아이는 안 낳니, 너 이제 노산이다.' 이런 얘기잖아요. 구은경 씨도 마찬가지였는데요.


◆ 박수정> 본인이 비혼주의자가 아니고 아이도 낳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뉴욕에서 유학하고 한국에 와서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으려다 보니까 먼저 안정적인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판단하신 거예요. 다만 아이를 나중에 낳기에는 생물학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산을 위한 난자를 미리 냉동시켜 놓았다고 하고요. 이런 경험을 본인이 솔직하게 유튜브로 공유했다고 합니다. 한 4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모여 있다고 하고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는 뜻이죠.

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해당 병원에서만 1,100여 명의 여성이 난자 냉동 시술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2019년에 비해서 2배 이상 뛴 수치라고 합니다. 2023년부터는 도쿄와 대만에서 하듯이 우리나라도 난자 냉동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네. 이렇게 변화를 이끌어가는 개척자들의 사례를 외신에서 주목했다는 소식, 살펴봤습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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