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노조 “손가락 의미도 모르면서” 민노총 탈퇴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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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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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 /뉴스1

민노총 산하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넥슨 지회가 “우리에게 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라며 탈퇴를 시사했다. ‘집게 손’ 논란이 불거진 뒤 넥슨이 ‘콘텐츠 검수’ 작업에 착수한 것과 관련, 민노총과 여성단체가 “사상 검증”이라며 넥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내놓은 대응이다.

한국 게임업계 1호 노조인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29일 노조 커뮤니티에 올린 ‘콘텐츠 검수 이슈 및 민노총의 NK 사옥 앞 집회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배 지회장은 “넥슨 지회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총연맹의 공동주최(주관은 여성민우회)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를 상대로 사상검증을 했다며 비판한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지회와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발표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배 지회장은 “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하청 문제가 생길 때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총연맹이 와서 규탄 시위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 지회장은 “이건 그냥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다.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면서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 추후,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문제가 된 영상은 홍보 차원에서 제작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이다. 무언가를 집거나 가리킬 때 쓰는 ‘집게 손’ 모양이 연출됐는데, 공개 직후 남혐 논란이 불거졌다. 이 손 모양은 페미니스트 사이트인 ‘메갈리아’ 등에서 이를 ‘한국 남성의 음경 길이가 짧다’는 의미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주요 이용자층인 20·30대 남성 사이에서 특히 분노가 컸다.

논란이 커지자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직접 사과방송을 하면서 “관련된 모든 자료를 내리고,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마케팅도 중단되었으며, 협업한 작가의 영상도 모두 내릴 예정”이라며 “외부 업체와 협업한 다른 영상도 검토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인게임, 마케팅 등 모든 활동과 용사님들의 의견을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넥슨의 조치를 두고 여성민우회와 넥슨 지회의 ‘상급 단체’인 민노총 등 9개 단체는 반발했다. 콘텐츠 검수를 빌미로 넥슨이 ‘사상 검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넥슨코리아 사옥 근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민우회 활동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손 동작이 일부 집단의 억지 주장으로 특정 사상의 아이콘으로 둔갑했다”며 “그것을 빌미로 노동자에 대한 악성 소비자들의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 사상 검증, 갑질이 이뤄지고, 기업이 그걸 승인하고 부추기며 노동권을 침해하는 이 상황은 설명하기 난감하고 우스꽝스럽다”라고 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0.1초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남성 혐오의)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그 누가 이 혐오 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라며 “이런 혐오 몰이는 모든 페미니스트 여성을 위협하며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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