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코딩 수업 의무화에 문과 신입생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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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학생들과 함께 강의 들어

이달 초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회과학 분야 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한모(19)씨는 지난달 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파이선’을 활용하는 대학교 코딩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이 학교는 전공에 관계없이 소프트웨어 관련 강의를 3학점 이상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게 하는데, 신입생이 입학 전에 수업을 들어도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2주간 듣는 3학점짜리 강의였는데, 한씨는 “매주 내주는 실습 과제 진도조차 못 따라갈 정도로 문과생인 내겐 어려운 수업이었다”고 했다.

문·이과 관계없이 모든 재학생에게 코딩 등 소프트웨어 수업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대학이 크게 늘면서 IT 분야가 낯선 문과생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문성 높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하고 있다.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관련 수업으로 일정 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붙이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약 4000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828억원이 전국 51개 대학에 지원된다.

코딩을 처음 접하는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들은 IT 관련 필수 수업이 이른바 ‘문과 침공’의 또 다른 현장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공계 학생들과 함께 평가받다 보니 좋은 학점을 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입학 때도 이과생이 전공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대학에 많이 합격하는데, 입학 후에도 문과생이 치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충남대 중어중문과 재학생 문모(23)씨는 “이과생들과 경쟁할 게 걱정돼 선행학습도 했지만 결국 B를 받았다”면서 “결국 학점을 잘 받는 건 코딩 관련 학과 친구들이어서 허탈했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낙제도 많이 나온다. 한국외대의 경우 작년 2월 개설한 신입생 대상 입학 전 소프트웨어 강의에서 F학점을 받았거나 자발적 낙제를 택한 학생이 정원 156명 중 46명에 달했다.

한 수업당 학생 수가 너무 많아 학교 수업만으로 실력을 쌓을 수 없는 구조란 지적도 많다. 이화여대의 경우 기초 코딩 수업 강의 하나당 학생 수가 300명에 달한다. 성균관대 200명, 동국대 150명 등 다른 학교도 강의자 1명당 학생이 100명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외대 사회과학대생 김모(21)씨는 “교수님에게 질문을 해도 답변 받는 데 늘 시간이 오래 걸려 진도를 따라가는 데 애먹었다”고 했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A씨는 “학생 100명을 넘게 가르치다보니 실습 단계에서 꼼꼼히 봐 주지 못한다”면서 “강의당 학생 수를 50명 밑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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