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별도 일정이 없다고 대통령실이 밝힌 가운데 중국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한국은 대만보다 똑똑하다” “한국 대통령은 기개가 있다”며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를 본 다수의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모욕적이다” “중국 누리꾼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며 분노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계산된 외교 행보”라며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휴가 중이라도 면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미 나토 정상회의 가서 미국 편을 들었는데 중국이 온건한 메시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한국은 대만보다 똑똑하다” “남한의 대통령은 총명하고 기개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장기말이 될 이유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를 본 국내 누리꾼들 상당수는 “모욕적”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누리꾼들은 “중국 누리꾼에게 칭찬을 듣다니. 이렇게까지 굴욕을 당하면서 휴가를 가야 하느냐. 외교 결례인 것 같다” “중국 누리꾼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못한 걸 바로 해냈다. 중국인의 마음을 얻었다” “나토 순방하더니 반중이라고?”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이번에 친중한 건 잘한 것이다” “계산된 외교 활동이라면 칭찬해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과 면담 일정을 잡지 않은 윤 대통령 판단을 두둔했다.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대위 정세분석실장과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3일 밤 YTN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입을 모아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미국의 중요한 정책 결정 라인에 있는 분이고 또 권력서열 3위고 지금의 동북아나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권력서열 3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대통령이 면담하는 것 정도는 제가 볼 때 충분히 휴가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이 앞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기류에 이미 편승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 중의 하나인 펠로시 의장이 왔는데 안 만난다는 건, 그렇다고 펠로시 의장 안 만났으니까 중국에 좋은 온건한 메시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할 일은 없다”고 했다.
현 전 대변인은 “이번에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한다. 이미 싱가포르, 타이완 방문했는데 다 국가수반을 만났다. 총통이라든지 총리라든지 대통령을 만났다. 우리나라 온 다음에 일본을 가는데 일본 총리도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다”며 “우리나라만 국회의장만 만난다, 그러면 누가 보더라도 어찌 보면 기본적인 외교문제가 안 굴러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휴가 중에 못 만난다 이건 너무 한가한 소리”라며 “국제정세가 이렇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휴가 하루 시간 빼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는 건 휴가 중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앞선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고려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펠로시 의장과 미 하원 대표단은 3일 밤 9시26분쯤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당시 공항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측 관계자들이 영접에 나섰고, 우리 측 인사는 따로 나오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하며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배우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