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배차, 가맹에만 유리하다?..조사하니 정반대 결과(종합)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가 6일 온라인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시스템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이진우 카이스트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사진=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카카오모빌리티가 만든 카카오T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영업 방식(가맹·일반·직영)이나 호출 거리(장단거리) 등으로 차별하는 로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를 차별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부 지자체, 택시업계의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결과다.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는 6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시스템 검증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한 교통분야 빅데이터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올해 4월 한 달간 발생한 카카오T택시 콜 17억건을 전수 조사해 분석했다.
거리로만 분배되는 ETA 배차가 전체 콜의 99%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택시 배차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사진=간담회 생중계 갈무리

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T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은 후보군 설정·인공지능(AI) 배차·예상 도착 시간(ETA) 배차 순으로 진행된다. AI가 먼저 현재 근거리에서 대기 중인 중형 택시 기사를 찾고, ①AI 학습 모형에서 예측한 배차 수락 확률 ②과거 배차 수락률 ③일평균 '이 기사 만나지 않기' 횟수 ④일평균 평점 1점 받은 횟수 ⑤평균 운행 완료 수 등 다섯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기사 1명을 선택한다. 가맹·비가맹 여부는 고려 기준이 아니다.


기사가 'AI 배차'를 수락하지 않거나 마땅한 AI 추천기사가 없다면, 콜은 바로 'ETA 배차'로 넘어간다. 호출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 기사에게 순차적으로 콜이 발송되는 것이다. 이는 배차수락률이나 평점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거리만 고려한다. 카카오T택시에서 발생하는 콜 중 AI 추천 배차로 발송되는 콜은 전체의 0.6%, ETA 배차로 발송되는 콜은 99.4%다. 배차가 완료된 콜 중 74.3%가 ETA 배차, 25.7%가 AI 배차를 통해 발송됐다.

위원회는 AI 배차가 발송하는 콜은 적지만, 배차가 성공할 확률은 훨씬 높았다고 분석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AI 배차로 발송하는 콜의 비중은 0.6%에 불과하지만, 거절하지 않고 수락하는 수락율, 즉 실적은 25.7%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말은, ETA 배차는 거절이 여러 번 됐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배차수락율이 불공평한 구조 만든다?…실제 배차 결과는 비가맹에 더 좋아

/사진=간담회 생중계 갈무리

그러나 택시업계는 'AI 배차'의 기준인 '배차수락률'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맹 택시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강제 배차가 이뤄지는 가맹 택시의 배차수락률이 콜을 선택할 수 있는 비가맹 택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이 때문에 AI 배차 단계에서 가맹이 콜을 먼저 가져간다고 말한다.

위원회는 실제 배차 결과를 토대로, 가맹에 콜이 집중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반박했다. 비가맹 기사에게도 콜이 충분히 발송되며,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콜을 가져가는 비중은 도리어 가맹 기사보다 높다는 것이다. 실제 비가맹 택시 기사가 1시간 대기 하는 동안 받는 콜은 평균 100건이었으나, 가맹택시 기사는 12건이었다.


김진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합과 교수는 "배차수락률이라는 특정 요소 때문에 강제 배차가 이뤄지는 가맹 택시가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강제 배차가 되는 가맹이 여러 번 콜을 받을 기회는 많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목적지를 보고 고를 수 있는 비가맹에 콜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콜도 가맹 택시로 더 많이 발송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연구 결과, 가맹 기사들에게 발송되는 콜 중 5km 미만의 단거리 57%, 5km 이상 10km 미만의 중거리 25%, 10km 이상의 단거리 18%의 비중으로 콜을 받았고, 비가맹 기사들은 각각 54%, 26%, 20%를 받았다. 수락한 콜 비중도 가맹은 단거리 58%, 장거리 17% 비중이었고, 비가맹은 단거리 50%, 장거리 22%였다.

김현 교수는 "가맹의 경우 거리에 따른 수락률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거리별 호출 수락 비중과 콜 발송 건수 비중이 비슷하다"며 "일반(비가맹) 기사의 경우, 거리에 따른 선호도의 존재로 단거리 콜 카드 수신 비중보다 단거리 호출 수락 비중이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오히려 똥콜 처리반"…이탈률 느는 가맹 택시

서울역에서 주행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뉴스1

지난 4월 공정위는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조사원이 직접 탑승하며 확인한 결과, 일반 호출시에도 약 39%의 확률로 가맹택시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위원회 조사결과로 인해 반박된 만큼 서울시·공정위와 카카오모빌리티간 진실 게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공정위가 제재강행시 법정소송 가능성도 크다.

한편, 가맹 택시 업계에서는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의 이탈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목적지를 고를 수 있는 비가맹 기사들이 처리하지 않는 단거리 콜 자신들에게 몰리면서 가맹 기사들이 오히려 '똥콜 처리반'이 됐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