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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뉴진스 엄마는 정말 혁명을 꿈꿨나

하이브의 '경영권 침탈' 주장…가능성 분석
나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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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지난 22일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습니다.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탈취한 뒤 하이브에서 독립을 시도하려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는데요. 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탈취 시도는 없었다"며 "하이브측의 뉴진스 베끼기가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며 즉각 반박한 상황입니다.

어도어의 지분율은 하이브 80%, 민 대표 측 20%로 구성돼 있습니다. 민희진 측의 지분은 20%에 불과하죠. 하이브의 주장대로라면 민 대표가 20% 불과한 지분을 갖고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는 것인데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영화 대사처럼 민 대표는 정말 혁명을 꿈꿨던 걸까요.

■ 경영권 탈취 시나리오 정말 가능한가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로 운영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입니다. 하이브라는 큰 지붕 아래 여러 레이블(소속사)이 자회사 형태로 속해 있는 구조죠. 각 레이블의 독립적인 체제를 구축해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게 하이브의 기본 사업 전략입니다.

현재 어도어의 경영진은 민 대표 측근으로 다 채워져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어도어 이사진이 하이브 측 관계자로 차 있었는데요. 뉴진스에 대한 성과, 레이블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하이브가 이사 선임을 민 대표 측에 모두 일임하면서 이사진이 교체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하이브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상황이 되긴 했죠.

이를 두고 일부 보도에서는 '민 대표가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이건 조금 과한 해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브가 이사 선임에 대한 권한을 민 대표 측에 일임하면서 이사진 교체가 이뤄진 겁니다. 민 대표 측의 지분율로는 이사진을 장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이브는 임시 주총을 어도어 측에 요구해 이사진을 교체할 수도 있고요. 어도어 이사진이 임시주총 개최를 거부한다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개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가 가능한 지도 다소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①'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②'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 ③'어도어와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후, 민 대표가 설립하는 신생 기획사와 뉴진스가 재계약'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해 회사 독립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외부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 주주(여기선 하이브)의 지분율이 희석되므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발행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사회 결의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할 순 있지만 현재와 같은 갈등 상황에서 신주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이브 측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상 신주 발행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집니다.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제한된다는 의미입니다. 민 대표에 우호적인 제 3자에게 신주를 최대한 발행하더라도 합산 지분율이 40%에 못 미칩니다. 경영권 탈취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민 대표가 일종의 압박을 행사해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을 제 3자에게 넘기도록 한다는 것인데요. 시가총액 10조원(이번 사태로 8조원으로 하락)이 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1위 기업 하이브에게 어떤 압박을 행사해 어도어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1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한 어도어를 하이브가 매각할 동기도 없어 보이고요.

③번 시나리오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뉴진스가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가능해 보입니다. 뉴진스의 전속 계약이 하이브가 아닌 어도어와 체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속계약해지 권한 역시 하이브가 아닌 민 대표에 있는 것이죠. 다만 민 대표가 뉴진스와 전속계약 중간 해지를 허용하게 된다면 배임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속 계약 해지를 하게 되면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니깐요. 이와 함께 민 대표 해임을 요구하는 하이브에게 좋은 명분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 민희진, 뉴진스 일주일 전에 항의 메일…빌드업인가

이슈체크팀 취재에 따르면 민 대표는 지난주 하이브 측에 공식 항의 메일 발송했습니다. 이 메일에는 '아일릿의 컨셉 표절로 뉴진스가 피해를 입고 있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홀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하고요. 여기서 주목할 건 이 메일의 내용은 뉴진스 뿐 아니라 뉴진스 부모까지 볼 수 있게끔 공유가 설정되었습니다. 뉴진스와 그 부모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동시에 민 대표의 주장에도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후에도 하이브와 민 대표는 입장문 교환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이브 측은 아일릿 표절 이슈와는 별개로 민 대표가 이미 경영권 침탈 계획을 사전에 세웠다고 보는 중입니다. 그 시점은 2023년 말~2024년 초로 보고 있는데요. 이번 감사권 발동 이전에 공식적으로 항의 메일을 보낸 것도 민 대표 측의 어도어 독립 명분 쌓기라는 게 하이브 측의 설명입니다. 뉴진스와 부모가 동참한 것 역시 그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요.

하이브와 민 대표 간의 갈등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선 어도어에 경영상 피해를 끼쳤다는 정확한 증거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단순히 민 대표가 외부투자자를 유치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만으로는 민 대표를 해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상법 제382조의 3)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민 대표는 어도어의 독립이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독립을 추진했던 것일까요?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로 어도어의 가치가 하락했고 회사의 대표로서 어도어가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인지 사뭇 궁금합니다.


나은수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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