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이는 이건희 컬렉션…한국 문화예술 랜드마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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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9. 오후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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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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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미술품 2만3천여점 송현동으로…문화계 기대·우려 교차
"장르·시대별 분화 흐름과 안맞아…서둘지 말고 내실 있게 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2021.4.28 [삼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박상현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3천여 점의 종착지가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으로 정해졌다.

국보와 보물부터 근현대 미술 명작까지 아우르는 '이건희 컬렉션'을 한곳에 모은 새로운 개념의 기관이 서울 한복판에 들어서게 됐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기대와 환영,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논란 끝에 송현동행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건희 컬렉션'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소문난 미술애호가였던 이 회장이 국보급 문화재와 고가의 근현대 미술품을 대거 소장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 작품 1만1천여 건,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총 2만1천600여 점의 고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을 비롯한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 1천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됐다.

'세기의 기증'에 문화예술계는 환호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했다. 이후 정부는 기증품 2만3천여 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할 별도 기증관을 설립하기로 하고 부지를 검토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근대 미술품 등을 활용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과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을 지적하며 이건희 기증관 유치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문화재를 포함한 모든 기증품을 모은 전시관을 송현동에 짓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언론설명회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참석자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건희 기증관, 한국 대표 뮤지엄 될까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옛 풍문여고 부지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등과 연결돼 문화예술중심지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매입했던 곳이기도 한 송현동 부지는 서울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화예술 랜드마크 입지로 꼽힌다.

'이건희 컬렉션'은 그곳을 채울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건희 컬렉션' 대표 작품 일부는 이미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당대 최고 명작들을 모은 전시에 관람객들이 몰려 연일 매진 행렬을 이뤘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과 인사동이 있는 송현동에 이건희 기증관이 지어지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일대가 더 짜임새 있는 문화지구가 될 것이다.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미술관을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송현동은 오래전부터 미술관 부지로 거론된 곳인데 리움의 또 다른 버전인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서게 됐다"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이 지척에 있고, 전통미술 중심지인 인사동과도 연결돼 굉장히 큰 미술 인프라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기증관'의 건축에도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인사동에 복합 문화시설이 부족한데, 전시는 물론 공연도 보고 휴식도 취할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건물만 보기 위해서도 여행을 가는 세상이니 목조로 멋지게 지었으면 한다. 지역성에 어울리는 건물을 지으면 주변 공간도 다 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공개회에 주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대만큼 큰 우려도…해결할 과제 산적 '이건희 기증관' 설립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 한국 미술과 서양 미술을 망라하는 소장품을 하나의 체계에서 보여준다는 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공동간사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기증관 건립은 장르·시대별로 분화하는 세계 박물관·미술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이해나 성찰 없이 국민 염원이나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창의적인 융·복합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소장품을 제대로 관리하고 연구하려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양 교수는 "이건희 기증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될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산하 기관으로 운영될지도 관건"이라며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7년 개관 목표를 밝힌 정부가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학계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충분히 연구한 뒤 전시를 하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며 "굳이 2027년이라고 못 박지 말고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때도 시간이 더 걸렸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서울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지자체 미술관과의 협력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건희 기증관' 송현동 건립 확정
(서울=연합뉴스) 이른바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유력 후보지였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세워지는 것으로 결론 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천141.6㎡ 중 일부(9,787㎡)를 기증관 건립 부지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021.11.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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