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 가족이 현장에 남은 증거를 토대로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직접 가해자를 잡아냈다.
2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월16일 오후 6시30분쯤 어양동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A(10대)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B씨 가족이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피의자로 지목한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A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B씨에게 사과했으나, 미성년자인 A씨는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자와 합의가 어려웠다. 현재 A씨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피해자 B씨 측에 따르면 사고 당시 B씨는 정신을 잃고 자리에 쓰려졌고 주위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해자는 잠시 전화를 하고 오겠다며 어디론가 사라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 사고로 B씨는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이후 가해자가 경찰에 신속하게 잡히지 않자 B씨 누나는 경찰 조사에 답답함을 느끼고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B씨 누나는 가해자가 사고 현장에 버리고 간 헬멧과 오토바이를 단서로 삼았다. 그는 가해자가 헬멧을 중고거래로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당근마켓에 접속해 헬멧을 검색했다.
가해자의 헬멧과 똑같이 생긴 헬멧이 거래된 기록을 발견한 B씨 누나는 판매자에게 연락해 구매자의 당근마켓 아이디를 알아냈다.
또 당근마켓에 ‘뺑소니 오토바이를 찾는다’는 글을 올려 해당 오토바이를 거래한 적 있는 당근마켓 이용자를 찾아 나섰다. 얼마 뒤 이 오토바이 판매글을 본 적이 있다는 한 이용자가 나타났다. B씨 누나는 이 이용자로부터 오토바이 판매글 캡처 사진을 받았는데, 오토바이 판매자는 헬멧 구매자와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 중이었다.
B씨 누나는 해당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뺑소니 가해자라고 확신했다. 곧 물건을 거래하려는 것처럼 꾸며 아이디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B씨 누나의 메시지를 받은 이용자는 먼저 ‘뺑소니 사고를 당하신 분이냐’고 묻더니 범행을 털어놨다고 한다. A씨는 B씨 누나에게 “사고 당시엔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누나는 곧바로 경찰에 알렸으나 수사 진척이 없었고, 결국 A씨 진술을 직접 받아내 A씨 연락처와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B씨 누나는 연합뉴스에 “직접 뺑소니범을 잡았지만 가해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쁘면서도 속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