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쏟아지는 '준공 3년' 아파트..현대산업개발 "세월 흘러서 그렇다"

김혜린 입력 2022. 7.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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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특히 주거지에서 누수나 침수 피해가 난 곳도 많은데요.

지난 1월 광주에서 짓던 아파트가 무너져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에 지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내부에 빗물이 쏟아져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세월이 흘러서 하자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준공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난 아파트였습니다.

취재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혜린 기자 안녕하세요.

장마철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입주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자세한 피해 상황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영상으로 먼저 보시겠습니다.

지난 6월 말 비가 내린 다음 날 아파트 입주민이 직접 찍은 영상인데, 천장 벽지가 물에 젖어 심하게 주름진 모습입니다.

벽지를 건드려보니 물이 가득 고여있고 고이다 못해 폭포처럼 쏟아지기도 합니다.

떨어진 물은 대야를 가득 채워 받아낸 물만 2.3kg에 달했습니다.

비가 온 뒤로는 전등이 혼자서 깜빡거리는 등 누전 의심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지난달 23일 서울에 첫 장맛비가 내리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직접 찾아가 보니 비가 그친 지 한참이었는데도 천장 벽지 곳곳이 여전히 울어 있었는데요.

피해 상황 직접 들어보시죠.

[A 씨 / 입주민 : 집안 전체적으로 다 천장 벽지가 들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물이 떨어진다기보다 계곡 물이 떨어지는 수준이었고, 걸레로 닦아낸 거 외에 대야에 받은 물만 2.3kg 정도….]

[앵커]

시공사는 누수 원인을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기자]

취재진이 직접 질의하자, 현대산업개발 측은 세월이 흐르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웠는데요.

해당 아파트의 준공 시기는 2019년 2월로, 지은 지 불과 3년밖에 안 지난 새 아파트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준공하자마자 세 들어 살았던 신혼부부 역시 비가 오자 같은 누수 피해를 겪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 단지에선 한두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누수 피해 민원이 접수되고 있었습니다.

애초 시공 자체에 문제가 있었단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인데요.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문제를 일으킨 터라 입주민들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원인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도 서울에 꽤 많은 비가 내려 빠른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산업개발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지금은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땜질식 조치에 불과합니다.

입주민은 누수 문제가 심각해지자 시공사에 문제 제기했습니다.

시공사 직원이 직접 상태를 확인한 뒤 다른 보수업체가 나와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벽지를 뜯어내자 문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천장 시멘트는 곳곳에 균열이 있고, 방열재가 젖어 온통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보수업체가 균열 곳곳을 메우긴 했지만, 벽지를 뜯어내고 균열을 일일이 찾는 대공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당장은 문제 해결이 어려워 비닐이나 석고보드를 덧대어 놓았습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공사판 같은 집에서 장마철을 보내야 하는 입주민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입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 집 곳곳에 콘크리트 균열이 보이는 것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균열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콘크리트 균열이 시간이 흘러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건데요.

꼭대기 층 입주민 피해가 가장 큰 만큼 옥상 바닥에 방수 공사가 제대로 안 된 것도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 설명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원호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양생할 때 충격 같은 걸 줘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시간이 흘러서 나타난 거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애초부터 그런 하자가….]

[앵커]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설득력을 얻는 것 같은데요.

비단 현대산업개발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죠?

[기자]

앞서 저희는 이달 초 다른 지역에 있는 신축 다세대 주택에서 비가 오자 거실이 물바다가 된 사례도 전해드렸는데요.

이곳 주민들 역시 애초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고 문제 제기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피해 상황 먼저 보시겠습니다.

현관문 밖으로 신발이 둥둥 떠다니고, 물이 복도와 계단까지 쏟아지는 모습입니다.

다른 집에선 베란다 우수관에서 빗물이 쏟아져 베란다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앞선 사례와 비슷한 지난달 23일 경기 남양주시 다세대주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빌라에 사는 입주민들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원석희 / 침수 피해 입주민 : 물이 새서 지붕 뜯어내고 도배도 몇 번씩 다시 하고 우리한테 엄청난 피해거든요. 물청소할 때 아래층 눈치를 보고 넘칠까 봐 출근했다가 다시 보고 하수구 드러내고 보고 이런 건 개선이…]

[B 씨 / 침수 피해 입주민 : (베란다) 거름망도 빼놓고 주변 청소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침수돼서) 저희 집 물도 다 빼고 아래 세대로 계단을 통해 내려가서 다 치워줬습니다.]

[앵커]

영상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한데요.

시공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해당 다세대주택은 각층에 계단 형식으로 베란다가 설치된 테라스형입니다.

주민들은 애초 우수관과 배수구 사이가 멀게 설계돼 비가 오면 제때 물이 빠지지 않고 온갖 이물질이 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일부 가구는 보시다시피, 빗물이 들어오는 통로는 두 곳인데 아래로 빠져나가는 통로는 한 곳뿐이어서 빗물이 두 배로 몰려 베란다가 범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공업체 측은 지자체로부터 정상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았고 주민들의 관리 소홀이 침수 원인이라고 맞섰는데요.

지자체는 테라스형 다세대주택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다면서 사실상 뒷짐만 지고 선 상황입니다.

[앵커]

문제는 있는데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군요.

이번 여름 유독 많은 비가 예고된 만큼 주민들은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혜린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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